[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식민지배와 6·25전쟁을 겪은 세대들에게 눈물의 서사였던 1970년대 흥행작 ‘엄마 없는 하늘 아래’의 이원세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83세.

19일 영화계와 유족 등에 따르면 이 감독은 이날 낮 12시께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1940년 평양 출신인 고인은 1971년 영화 ‘잃어버린 계절’로 감독에 데뷔했다.

이 감독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은 1977년 개봉한 그의 대표작 ‘엄마 없는 하늘 아래’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13세 소년 김영출(김재성 분)의 고단한 소년가장 생활을 그렸다.

극중 영출의 어머니는 막냇동생을 낳자마자 사망하고,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친 아버지는 정신착란을 일으켜 집안이 풍비박산난다.

영출은 어린 동생을 업고 학교에 다니며 고단한 삶을 버텨내기 위해 애쓴다. 모두가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린 ‘엄마 없는 하늘 아래’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빼놓으면서 전국적으로 1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크게 흥행했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이 영화를 보고 감동해 전국 초등학교에서 단체관람을 하도록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 영화는 그해 같은 제목의 속편과 이듬해 3편으로 이어졌다.

이 감독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1년에는 조세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개발독재시대에 가려진 철거민들의 고통을 다뤘다.

배우 안성기가 주연한 영화는 염전 마을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하루 아침에 철거민이 된 이들의 사투를 그린 내용이다. 고인은 이 작품으로 대종상 수상자에 선정됐지만, 발표 직전 취소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고인은 ‘석양에 떠나라’(1973)와 ‘특별수사본부’ 시리즈 등 장르 영화도 선보였다. 1975년에는 김호선, 이장호, 하길종, 홍파 감독 등과 함께 ‘영상시대’를 결성해 새로운 영화 미학을 모색하는 청년 영화 운동을 주도했다.

1973년 ‘나와 나’로 청룡상 신인감독상을, 1981년 ‘전우가 남긴 한마디’로 백상예술대상 감독상을, 1984년 ‘그 여름의 마지막 날’로 대종상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영화 ‘여왕벌’(1985)을 마지막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2010년대 초 한국으로 돌아왔다. 빈소는 김포에 있는 뉴고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 발인은 21일이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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