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락실’→‘혜미리’ 여자예능 전성시대

‘언니쓰’ 이후 6년만에 꽃핀 女예능 돌풍

男예능과 또 다른 자매&우정 디테일

[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옥황상제의 ‘오더’로 토롱이를 추격하고(뿅뿅 지구오락실), 퀴즈 앵벌이로 살림을 장만하고(혜미리예채파), K팝 디바들이 팔도를 유랑하고(댄스가수유랑단), 군인·경찰·운동선수 등 6개 직업군이 고립된 섬에서 사투를 펼친다.(사이렌: 불의섬)

올 상반기 줄줄이 안방극장에 선보인 여자 예능들이 웃음과 감동의 지뢰를 빵빵 터뜨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여자 나오는 예능은 시청률이 안 나온다”는 방송가의 불문율도 깨진지 오래. 망가짐을 불사하며 반전 매력을 발휘하는 여자 출연진들이 남자 중심 예능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이후 6년만女예능 웃음도 시청률도 성공적!

이같은 변화는 성공한 여자 예능의 기수 KBS2‘언니들의 슬램덩크’(2017·이하 ‘언니쓰’) 이후 장장 6년만의 쾌거다.

그동안 ‘언니쓰’의 뒤를 이은 여자 예능이 없었던 건 아니다. Olive ‘밥블레스유’(2018) E채널‘노는언니’(2021) 를 비롯해 MBC‘나 혼자 산다’의 스핀오프판 ‘여은파’, MBC‘놀면 뭐하니?’의 디바프로젝트 ‘환불원정대’(이상 2020) 등도 폭발적인 웃음과 신드롬을 일으키며 바람몰이를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 설계부터 여자 크루로만 채워진 프로그램들이 메인 시간대에 주요채널을 점령한 건 2023년이 시작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3월 막을 올린 ENA ‘혜미리예채파’ 를 비롯해 지난달 12일 시즌2를 시작한 tvN‘뿅뿅 지구오락실’ 25일 첫 전파를 탄 ‘댄스가수 유랑단’,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사이렌’ 등은 모두 유의미한 성적표를 거두며 승승장구 중이다.

가수 겸 배우 걸스데이 혜리가 친한 동생들인 (여자)아이들 미연, 댄서 리정, 아이즈원 예나, 르세라핌 채원, 방송인 파트리샤와 함께 출연한 ‘혜미리예채파’는 4월 OTT 콘텐츠 순위에서 1529 영타깃 이용률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가수 이영지, 코미디언 이은지, 오마이걸 미미, 아이브 안유진 등 걸출한 예능 대세를 배출한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은 시즌2 공개와 동시에 비드라마 TV 화제성 차트에서 4주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가하면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까지 초대형 디바프로젝트 ‘댄스가수 유랑단’은 이름 그대로 전국 유랑을 펼치며 공연장마다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일 파트2 후반부를 공개한 ‘사이렌’도 일일 톱10 한국 시리즈 2위에 등극하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유튜브와 온라인 상에서는 이들 프로그램을 둘러싼 수많은 짤과 밈, 숏폼 영상이 생성됐고, 이들 영상들은 평균 조회수 100만뷰를 돌파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언니들의 슬램덩크’ PD “여자예능, 편성 자체가 모험이자 도전”

불과 10년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변화다. ‘웃긴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은 반면, ‘웃긴 여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강했다. 이미지가 망가지는걸 두려워하는 여성 출연자들로 내놓을 콘텐츠도 한정적이었다.

물론 그 시절에도 퉁퉁 부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패널들을 호령하던 SBS‘패밀리가 떴다’의 이효리가 있었지만, 드물고 희귀한 캐릭터였다. 자연스럽게 예능에서는 남자들이 떼로 나오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주를 이뤘다.

2023년 들어 확연히 달라진 예능판도를 바라보는 ‘언니쓰’ 박인석 PD는 격세지감을 말했다. 편성 자체가 모험이자 난항이었던 ‘언니쓰’는 당시 자체 최고시청률 7.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걸크러시’의 아이콘이었던 김숙, 라미란, 홍진경, 민효린, 제시 등은 꿈계 프로젝트를 이끌며 웃음과 감동을 안겼고, 여성 예능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호평까지 끌어내기도 했다.

‘언니쓰’ 시즌1과 시즌2를 연출한 박 PD는 “‘언니쓰’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은 전혀 쉽지 않았다. 여성예능이 그전까지 비교적 성과를 내지 못했던 터라 제작 초기 많은 반대와 만류가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2016년 당시에는 쿡방과 육아 예능이 대세였다. 여자들이 뭔가에 도전하는 예능이 성공할지 여부에 회의적인 시선이 팽배했다. 그는 “‘언니쓰’로 여자 예능이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후 프로그램이 한 두개씩 나올때마다 기분이 좋았다”라면서 “최근 들어 여자 연기자들이 설자리가 늘어난 것 같아 기분 좋게 시청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관리가 뭐죠? 이효리→이영지, 신박한 예능캐의 탄생

여자예능 전성시대는 걸출한 예능 캐릭터의 탄생과도 맥을 같이 한다.

확성기를 장착한 듯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카메라가 꺼져도 ‘흥신흥왕’의 일상을 보내는 가수 이영지, 저 세상 텐션의 직설화법으로 제작진과 출연자들을 쥐락펴락하는 이효리라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예능 판을 주도 중이다.

그런가하면 이미지관리가 생명이던 아이돌 스타들도 털털한 본캐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웃음을 안긴다. ‘지락실’에서는 ‘맑눈광’으로 토롱이를 향해 질주하는 아이브 안유진, 외계어와 순정한 뇌로 무장한 오마이걸 미미, ‘혜미리’에서는 ‘쌈아치’ 본색을 드러낸 채원과 환상의 티키타카를 보인 예원 등이 웃음을 유발했다.

‘혜미리’를 연출한 이태경 PD는 “‘혜미리’를 비롯해 여성 출연자들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멤버 개개인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성 출연자로 구성된 프로그램의 장점은 관계적인 측면에서 좀 더 디테일하고 좋은 케미를 보여줘 재밌는 장면이 많이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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