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기자] 피하는 게 상책이다. 무리하게 승부했다가 되돌릴 수 없는 결과와 마주한다. 어설프게 몸쪽으로 던지면 홈런, 맞아도 단타라고 생각해 바깥쪽으로 던지면 2루타다. 특유의 힘에 정교함을 더하며 최고로 우뚝 선 LG 박동원(33) 얘기다.

파워히터로서 명성은 널리 알려졌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한 시즌을 제외한 7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렸다. 광속의 배트 스피드로 수많은 라인 드라이브 홈런을 양상했다. 잠실구장 펜스도 넉넉히 넘기는 홈런을 쏘아 올리곤 했다.

그래서 기대가 컸다. 지난 겨울 LG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고 잠실구장이 홈이 됐다. LG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으면서 2루타를 포함한 장타 확률이 높은 구장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동원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잠실구장에서 OPS 0.928로 활약했다. 보통의 타자들과 달리 장타율 0.545로 넓은 잠실에서 더 좋은 타구를 양산했다.

잠실구장은 펜스까지 거리는 멀지만 박동원의 홈런은 유독 비거리가 크다. 더불어 좌중간·우중간을 가르는 타구의 비중도 높다. 쉽게 말해 큰 구장에서 더 강한 파워히터다. 즉 투수친화형 구장, 타자친화형 구장은 박동원에게 큰 의미가 없다.

기대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박동원은 올시즌 잠실구장에서 치른 28경기에서 타율 0.337 OPS 1.001을 기록했다. “타자로서 잠실구장을 선호한다”는 말이 고스란히 실현됐다. 올시즌 홈런 14개 중 절반에 가까운 6개를 잠실구장에서 쏘아 올렸다. 홈런 1위, OPS(0.994) 1위로 홈런왕과 MVP를 바라본다.

더 놀라운 것은 정교함이다. 박동원은 지난 7일 기준 타율 0.302를 기록했다. 보통 2할대 중반 타율에 0.400 이상 장타율을 기록하는 풀히터로 인식됐는데 올해는 정교함도 생겼다. 상대 투수의 바깥쪽 공을 공략해 우측으로 타구를 보낸다. 빗맞거나 밀린 타구가 아닌 스윙 궤적에 걸려서 우측으로 안타 10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447타석 동안 우측으로 안타 12개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204타석을 소화한 시점에서 지난해 숫자에 근접했다.

지난 7일 고척 키움전이 그랬다. 8회초 상대 투수의 어설프게 들어온 몸쪽 속구를 특유의 번개 같은 스윙으로 대포를 쏘아 올렸다. 그리고 연장 12회초 바깥쪽 존에 걸치는 고속 슬라이더를 우측 파울 라인 안에 넣는 2타점 2루타로 만들었다.

신예 시절 박동원과 함께 했고 7년 만에 박동원과 재회한 사령탑은 일찍이 박동원의 진화를 확신했다. 염경엽 감독은 4월 1일 개막전에서 박동원을 4번 타순에 배치하며 “캠프 전까지는 동원이를 하위타순에 넣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캠프에서 모습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시범경기에서도 결과를 떠나 타석에서 메커닉과 어프로치가 좋았다. 이를 유지하면 올시즌 2할8푼 이상을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대로라면 만 33세 시즌에 커리어하이를 달성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공부하고 훈련했다. 자신 만의 타격 훈련법과 루틴이 뚜렷하다. 체력소모가 많은 포수지만 허도환이 1군에 올라오면서 포수로서 부담도 덜 전망이다. 박동원이 외인 원투펀치를 맡고 허도환이 토종 선발 한 두명을 맡는 식으로 경기를 소화하면 타격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 LG에 존재하지 않았던 홈런왕과 MVP다. 올해는 숙원 두 가지를 모두 이루는 해가 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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