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교육부와 손잡았다. KBO 허구연 총재와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학교체육 활성화’에 뜻을 모은 건 다른 의미로 바라던 그림이다. 야구뿐만 아니라 학생 스포츠의 패러다임을 바꿀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맞손이 정부가 추진 중인 늘봄학교와 연계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늘봄학교는 초등학생들이 하루 종일 학교에 머물 수 있는 일종의 돌봄 서비스다. 2025년 전면 도입을 예정으로 시범사업을 전개 중인데, 인력난, 전문성 결여 등의 문제가 벌써 불거졌다.

KBO는 찾아가는 티볼 교실, 늘봄학교 방과후 체육프로그램 운영 등을 지원할 예정인데, 자격논란 등의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인력 구성에 꼼꼼한 검증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출신이라는 것만으로는 학부모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다.

은퇴선수여도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차하는 순간 무자격 논란이 불거지고, 부정적인 프레임이 갇히기 좋은 구조다. 가뜩이나 각종 추문으로 야구선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는데, 교육 현장에서도 뒷말이 나오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학교 스포츠 활성화의 마중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양기관 협약 내용에 ‘학교 스포츠클럽 등 학교체육 활성화 지원’이 포함돼 있다.

학교 스포츠클럽에서 활동하던 학생들은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운동선수를 꿈꾸기도 한다. 학생선수가 되는 순간 학습할 권리보다 훈련할 권리가 더 중요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체육 주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학생선수의 훈련권 보장에 실질적인 힘을 쓸 수 없다는 난맥상이 있다. 어쨌든 학생선수도 학생이니, 교육부 권한이 더 크다.

설상가상 교육부와 문체부 모두 대학 스포츠는 손놓고 있다. 고교 학생선수의 진학권에 양기관 모두 나몰라라 하는 상황에 체육계도 문제의식이 없어 보이는 것도 충격이다.

학생선수에게는 국·영·수·과·사보다 국제대회 한 경기, 운동 데이터 분석하나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일반학생의 진학을 위한 커리큘럼과 학생선수의 커리큘럼이 달라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에는 해당분야 종사자들이 그 경험을 살려 산업계로 진출하는 빈도가 잦다. 가령 전문의나 현직 소방관이 웹툰작가로, 변호사가 웹소설이나 드라마 작가로 소위 ‘대박’을 치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골프계는 프로 출신 메커닉이 후배들을 돕는 등 전문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도 학생선수들이 해당 종목과 연계해 전문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가지면, 머리로 배운 학생보다 이해와 활용폭이 클 수밖에 없다.

KBO가 교육부와 머리를 맞대 개발해야 할 것은 대학이나 프로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선수가 야구를 매개로 전문직 사회인으로 성장할 길을 찾아주는 일이다.

야구특성화학교 건립이나 학생선수에게 필요한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면, 다른 종목으로 확대도 가능하다. 모범사례가 나오면, 정부가 원하는 스포츠클럽 활성화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인구절벽 시대에 돌입한 한국은 베이비붐시대보다 더 견고하게 엘리트 스포츠 운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100명에 한 명꼴로 등장하던 각 종목 천재가 1000명에 한 명꼴로 줄어들면, 국가 스포츠 경쟁력 약화는 불보듯 뻔하다. 이미 도쿄올림픽에서 증명됐다. 교육부가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소관’이라고 발을 빼기에는 태극마크를 단 학생선수가 너무 많다.

이주호 부총리는 협약식에서 “학생 맞춤형 교육지원에 두 기관이 적극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무적 판단이 아니기를 바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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