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세 명의 ‘초보사령탑’은 데뷔 개막시리즈에서 1승1패를 나눠가졌다. 결과만 보면 ‘선방’했다.

4월의 첫날 막을 올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NC 강인권 삼성 박진만 두산 이승엽 등 세 명의 사령탑이 감독 데뷔전을 치렀다. 첫날은 두산과 NC가, 둘째 날은 삼성이 시즌 첫승을 따냈다. 특히 대구에서는 감독대행 출신인 초보같지 않은 초보 사령탑간 맞대결에서 1승1패를 나눠가져 눈길을 끌었다.

현역시절 ‘국민타자’로 모든 야구팬의 사랑을 받은 이승엽 감독은 말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개막전에서는 초보감독 답지않은 뚝심과 작전으로 이목을 집중시켰고, 개막전 연장 끝내기 승리 기운을 안고 치른 두번째 경기에서는 무득점 패배했다.

각 팀의 1차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10개구단 중 절반인 다섯 개 팀이 나갈 수 있는 무대다. 시즌 승률 5할이면 1차목표 달성을 향한 8부 능선을 돌파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물론 압도적인 꼴찌가 등장하면 5할보다 더 많은 승리를 따내야 한다. 이런 변수를 제외하더라도, 세 명의 초보 사령탑이 개막시리즈에서 기록한 성적을 시즌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가 올시즌을 지켜보는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다.

야구는 꼴찌팀이 선두팀을 잡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종목이다. 꼴찌팀도 승률 3할은 달성하고, 선두팀은 승률 7할을 돌파하기 어렵다. 10경기 중 여섯 경기는 이길수도 질수도 있다는 의미다. 남은 네 경기에서 2승2패해야 승률 5할이 가능하다. 한 번 더 이기고 지는 것에 따라 3승1패, 1승3패로 격차가 벌어진다. 박빙싸움에서 승리 확률을 높이는 팀이 결과적으로는 포스트시즌 진출 그 이상을 노려볼 수 있다는 의미다.

개막 2연전을 통해 드러난 10개구단 전력은 대체로 비슷하다. 개막 2연전 리그 팀 타율이 0.283에 이르는 것은 KBO리그의 투수력이 얼마나 약한지(팀 평균자책점 4.97)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수치다. 지난해 개막 2연전은 팀 타율 0.222, 팀 평균자책점 2.74에 불과했다. 올해는 홈런 13개와 안타 208개가 양산됐고, 볼넷도 82개나 쏟아졌다. 볼넷이 27개나 더 나온 것은 리그 전체가 반성해야 할 문제다.

반대로 생각하면, 초보이지만 붙어볼 만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운드만 조금 뒷받침되면, 박빙으로 흐르는 네 경기 승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조금 더 들어가면, 승부처에서 상대 배터리를 흔들만한 묘수가 있다면 흐름을 장악할 수 있다. 야구는 흐름의 스포츠여서 보이지 않는 플레이 하나로 승패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초보이기 때문에 이른바 ‘야구 이론’을 더 엄격히 적용할 용기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옛날야구로 치부되는 기습번트 스퀴즈나 벌떼 마운드 등으로 숫자 이면의 변수를 그라운드 위로 꺼내들 공간이 올해는 꽤 커 보인다.

숫자는 부정하지만, 야구는 감독의 예술이다.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하고, 허를 찌르는 작전으로 흐름을 바꾸는 건 여전히 감독의 역량에 달려있다. 선수들이 팀을 믿고 플레이하는 분위기 역시 사령탑의 표정과 행동으로 결정된다.

돌아보면, 1990년대 후반부터 초보 사령탑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김재박 선동열 김경문을 지나 류중일 김태형으로 이어진 초보감독 성공신화는 남들과 다른 야구를 했기에 가능했다. 선동열 김경문 감독은 한국야구의 트렌드를 바꾼 인물로도 평가된다.

무색무취로, 유행만 좇는 KBO리그에 세 명의 초보감독이 새바람을 일으키기를 희망한다. 선수에게 맡기는 야구가 전세계적 흐름이지만, 선수들에게 맡을 준비를 시키는 건 감독의 역량이다. 한국만의 야구 색깔 찾기, 뚜렷한 색깔을 가진 세 명의 초보 사령탑이 해내기를 기원한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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