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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쿄(일본)=황혜정기자] 변명의 여지 없는 완패. 벤치의 경기운영 미숙, 투수들의 집단 제구난조가 쏟아졌다. 숙명의 라이벌로 불린 일본에 콜드패에 가깝게 패한건, 양국 야구의 수준차를 대변한다. 한 경기 완패로 침소붕대할 필요 없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을 수 있지만, 호주전에서도 투수는 제 몫을 못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일본에 4-13으로 완패했다. 믿었던 에이스 김광현이 2회까지 삼진 다섯 개를 잡아내는 등 완벽한 구위를 뽐냈고, 3회초 양의지의 2점 홈런과 이정후의 적시타로 3점을 선취할 때까지만 해도 전날 패배를 씻어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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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긴 공격시간에 어깨가 식은데다, 한일전이 주는 중압감, 리드를 지켜야 한다는 에이스의 책임감, 갑자기 좁아진 스트라이크존 등이 얽히고설켜 3회말에만 4점을 내주고 주도권을 빼앗겼다.
김광현(2이닝 3안타 4실점)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원태인(2이닝 2안타(1홈런) 1실점), 곽빈(0.2이닝 2안타 1실점), 정철원(0.1이닝 1안타 1실점), 김윤식(0이닝 3안타 3실점),김원중(0.1이닝 2안타 1실점) 정우영(0.2이닝 1안타 무실점), 구창모(0.1이닝 2안타 2실점), 이의리(0.1이닝 3볼넷 무실점) 등은 제구 난조로 일본 타자들의 기를 완벽히 살려줬다. 포수 양의지가 경기를 풀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원하는 곳으로 공이 날아들지 않으니 당할 재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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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타 모두 완벽한 실력차를 절감했다. 야구의 기본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두 세개 구종을 어떤 순간에도 스트라이크존에 찔러 넣을 수 있어야, 볼배합이든, 완급조절이든, 허를 찌르든 기교를 부릴 수 있다. 호주전 8실점에 이어 이날 13점을 빼앗겨 한국 투수는 두 경기 만에 21점을 헌납했다. 굴욕으로 표현하기에도 창피할 정도의 경기력이다.
냉정히 들여다보면, 이날 경기가 세계 속 한국 야구의 현실이다. 제구가 안되는 투수들이 메이저리그(MLB) 투수처럼 강속구를 던지는 데 혈안이 돼 있고, 지도자는 이런 선수를 제구 위주로 끌어가지 못한다. ‘선수가 하는 야구’도 물론 존중받아야 하지만, 기본을 갖춘 선수에 국한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번 WBC에서는 투수진 맏형으로 꼽히는 김광현 양현종조차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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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활동기간부터 몸을 만드는 데 주력했고, 이상기후였다고는 하나 한 달가량 전지훈련도 소화했는데 컨디션 난조를 핑계로 삼는 건 말이 안된다. 악조건 속에서도 최상의 경기력을 풀어내는 게 프로 최정예로 구성한 대표팀의 의무다. 기본과 의무를 망각한 한국은 11일 휴식을 취한 뒤 체코와 1라운드 B조 세 번째 경기를 치른다. 승리하더라도, 2라운드 진출은 어려워 보인다.
일본전 대패는 대표팀뿐만 아니라 한국야구 전체가 느끼는 게 있어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인데, 한국야구는 여전히 우물 안에 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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