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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팬인 숭의여고 학생들이 사인받은 유니폼을 보여주고 있다. 잠실 | 황혜정기자.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오늘도 야구장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기자들의 출근시간(경기 시작 약 3시간 전)보다 경기장을 일찍 찾은 팬들이 눈에 띈다.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 앞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던 A, B, C양(이상 17살·숭의여고 1학년)은 LG팬이다. “오늘 낮 12시(경기 시작 5시간 전)부터 와 있었어요”라며 미소지은 A양은 이제 막 한 달 차 LG팬이다.

이날은 NC전, A양은 LG 내야수 이영빈을 좋아해 사인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A양에게 이영빈과 LG는 처음 좋아하는 야구선수이자 구단이다. ‘첫사랑’만큼 열정적인 것도 없다고 A양은 1시간 걸려 잠실구장에 도착해 고교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선수들의 출근을 기다렸다.

A양은 “한 달전에 야구장을 찾았는데 응원문화가 정말 재밌더라. 그래서 야구에 푹 빠지게 됐다”며 웃었다. 이영빈을 좋아하는 이유는 “젊은 데(20살) 실력이 좋아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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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단 퇴근길에 LG 투수 이민호와 사진을 찍은 숭의여고 3인방. 사진 제공 | 본인.

B양은 LG 외야수 박해민의 팬이다. 지난해 열린 도쿄 올림픽을 보다가 야구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때 봤던 선수들이 익숙해 지다보니 올시즌부터 야구장을 찾게 됐다. “박해민의 주루와 번트 플레이를 좋아한다”고 말한 B양은 인터뷰 내내 박해민의 유니폼을 소중히 품었다.

옆에 있던 C양은 LG 외야수 이재원을 좋아한다. C양도 이제 야구 직관에 입문한 한 달차 LG 신입 팬. C양은 “한 달 전 처음 야구장을 찾았는데 이재원 선수가 가장 잘 하더라. 게다가 이재원의 응원가가 좋다”며 팬이 된 계기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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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투수 백승현과 기념 사진을 찍은 B양. 사진 제공 | 본인.

세 친구는 함께 야구에 빠져버렸다. 지난 한 달 간 잠실구장을 종종 찾아 오렌지석(응원석)이나 네이비석을 구매해 열렬히 응원한다. 이들은 입을 모아 “신나게 목이 터져라 응원하다보면 학업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미소짓는다.

기자에게 유니폼을 보여주던 이들에게 지금껏 총 몇 명의 선수 사인을 받았냐고 물어보니 A양은 6명, B양은 9명, C양은 5명이라고 정확히 알려줬다. “홍창기, 이영빈, 유강남, 이재원, 오지환 등등...모두 팬 서비스가 좋다”고 말했다.

출·퇴근길의 사인 전쟁은 생각보다 치열하다. LG 경호원 K씨는 “경기 끝나고 팬들이 줄을 서 1시간 넘게 기다리더라”고 말했다.

야구에 빠진 팬들에게 치열한 사진·사인 전쟁에 대해 물었더니 “빡세다. 출근길이 그나마 수월해서 오늘 일찍 온 거다. 그런데 경쟁을 뚫고 받고 나면 뿌듯하다. 선수들과 함께 찍은 셀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자랑한다. 친구들이 부러워한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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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투수 김윤식과 사진 찍은 A양. 사진 제공 | 본인.

마침, 이날 기자는 LG 이영빈을 더그아웃에서 마주쳤다. 이들의 이야기를 꺼냈더니 이영빈은 “야구선수는 팬이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며 “기다려주신 팬분들께 감사해 한분 한분 사인해드리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17살 소녀들은 한번 빠지면 그대로 직진한다. 그들은 “지난 17년간 몰랐던 야구의 세계가 이렇게 재밌다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 친구는 앞으로 학업에도, 야구 응원에도 열정을 불태울 것이다. 청춘의 순수한 열정을 누가 막으랴.

et16@sportsseoul.com

황혜정 두리번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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