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우진
키움 선발투수 안우진. 사진=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49년 전, 1973년 9월27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둔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놀란 라이언은 시즌 367개의 삼진을 작성하고 있었다. 1965년 LA 다저스 샌디 쿠팩스가 수립한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 탈삼진 382개에는 15개가 모자랐다.

쿠팩스의 기록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상태였지만, 마운드에 오른 라이언은 경기가 연장 11회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완투승을 이끌었다. 21승과 함께 삼진 16개를 빼앗아 쿠팩스의 한 시즌 최다 탈삼진을 1개 차로 따돌려 최고 기록을 수립했다. 앞으로 깨지지 않는 기록 가운데 하나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놀란과 직면하다(Facing Nolan)’에서 텍사스 출신 라이언은 “쿠팩스의 기록은 깰 수 없었다고 생각했다. 연장전까지 이어져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강속구 투수의 대명사이며 상징인 라이언은 MLB에서 46세까지 현역 생활을 했다. 단순히 현역을 연장한 게 아니다. 은퇴까지도 강속구를 뿌렸다. 하늘이 준 강한 어깨를 갖고 있었다. 그는 노히트노런 7차례를 포함해 MLB에서 51개의 기록을 갖고 있다.

역대 최다 탈삼진 5714개, 최다 볼넷 2795개, 1안타 허용 12회, 2안타 18회, 3안타 31회, 한 시즌 최다 300개 이상 삼진 6회, 한 시즌 최다 200이상 삼진 15회, 최저 피안타율 0.203, 최다 도루 허용 757개, 최다 만루홈런 허용 10, 최다 폭투 277회, 최고령 노히트노런 44세, 최고령 탈삼진 1위 43세, 최장기간 활동 27시즌 등 수두룩하다.

1974년 8월20일 애너하임 스타디움(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MLB 사상 최초로 육군성의 기계를 빌려 레이더를 통해 라이언의 강속구를 측정했다. 100.9마일(162km)로 측정돼 기네스북에 올랐다. 현재의 정밀한 레이더건 구속으로 108.1마일(173.9km)이라고 한다.

라이언은 당시에도 특별한 존재였다. 현재의 잣대로 투수들을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선수들은 당시에 비해 훨씬 과보호돼 있는 상태다. 몸값 비싼 선수들이 작은 부상이라도 입을까봐 코칭스태프, 구단 프런트는 노심초사, 철저히 선수를 보호한다.

그런 이유로 투수들의 대기록은 탄생하기 어렵다. 시즌 초는 시즌 초라며, 시즌 막판에는 포스트시즌에 대비한다며 투구이닝, 투구수 제한으로 선발투수를 교체한다.

KBO리그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까지 투수 혹사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과보호 분위기다. 올해 초 개막전에 SSG의 윌머 폰트는 퍼펙트게임을 앞두고 연장전에 돌입하면서 교체됐다. 이 때 투구수는 104개였다. 40년 역사의 KBO리그에는 아직 퍼펙트게임이 작성되지 않고 있다.

키움의 안우진은 183이닝, 탈삼진 212개를 기록중이다. 팀이 4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대기록 달성은 어렵게 됐다. 라이언처럼 완투로 삼진 14개를 빼앗아 KBO리그 최다 225개(두산 미란다)를 뛰어 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삼진 기록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안우진의 구위로 가능할 법도 하다.

키움의 홍원기 감독은 “안우진이 지쳐있다”고 밝혔다. 즉 안우진의 정규시즌 등판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전년도 107.2이닝 투구에 올해 이보다 무려 75.1이닝을 더 던진 터라 몸조심하는 게 당연하다. MLB는 전년 대비 50이닝 이상 더 투구할 때부터 면밀하게 관찰한다. LA 다저스 토니 곤솔린이 팔뚝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것도 MLB 전년 대비 72.2이닝을 더 던진 결과다.

혹사에서 과보호 시대가 된 KBO리그를 보면서 정규시즌 일정이 짧았던 1987년~1989년 3년 연속 200, 234, 250이닝을 던진 롯데 자이언츠 우완 윤학길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새삼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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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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