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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다 잘해내도 욕심은 생기기 마련이다. 이것저것 얼추 다 해봤다면 더 깊이 들어갈 차례다. 배우 한지은이 그렇다. 그간 로맨스(‘멜로가 체질’), 코미디(‘꼰대인턴’), 액션(‘배드 앤 크레이지’)까지 뭐 하나 빠짐없이 훌륭히 소화해왔다. 티빙 오리지널 ‘개미가 타고 있어요’에서는 코믹과 멜로를 능수능란하게 오갔다. “이제 짙은 색깔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그는 여전한 열정을 내비치며 앞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개미가 타고 있어요’는 미스터리한 모임 속 다섯 명의 개미가 주식을 통해 인생을 깨닫는 과정을 그리는 ‘떡상기원 주식공감 드라마’다. 지난 8월 12일 공개됐다. 한지은은 극 중 신혼집을 마련하고자 주식에 입문했지만 계약금을 날려 남자친구에게 파혼당하는 유미서로 분했다. 유미서는 어리석은 선택을 연거푸해 답답하지만, 이를 끝까지 책임지려고 한다는 점에서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한지은은 캐릭터에 대해 “남들이 봤을 때 대책 없어 보이는 부분을 그렇게 해석하지 않았다. 용기있고 과감하다. 누구 탓을 하지 않고 성장한다. 그런 부분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되게 단순한 친구다. 소심한 고민 끝에 일단 해본다. 기쁠 때는 아이처럼 좋아하고 슬플 때는 울 줄도 안다.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럽다”고 밝혔다.

싱크로율은 ‘반반’이다. 원래 흡사한 면모도 있지만 인물에게 애정을 가지면서 점차 닮게 된 부분도 있다고 한다. “나랑 비슷한지 안 비슷한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연기하는 캐릭터니까 사랑할 수밖에 없다. 관심이 있고 좋아하면 공통점을 찾는다. 그런 부분에서 나는 미서처럼 옳다고 생각하면 과감해지는 편이다. 다른 사람의 말로 판단하지 않고, 선입견을 갖는 걸 안 좋아한다. 경험해봐야 한다. 이 부분이 되게 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홍)종현이가 ‘누나의 자신감이 부러워’라고 하더라. 원래 혼자 웃거나 부끄러워했을 텐데 당당하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대처하는 자신을 보면서 ‘많이 젖어 들었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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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에서는 무엇보다 그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극의 주 장르인 코미디와 로맨스의 중심에 선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이다. 특히 명품매장 판매직원인 유미서가 한 남성 고객 앞에서 연하 여자친구, 연상 여자친구, 어머니 등을 연기하는 장면은 SNS상에서 상당한 반응을 끌어냈다.

“그 장면에서 엄마 역할 하는 부분을 가장 좋아해 주시더라. ‘이거 하나 있으면 영부인이 부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런 건 다 애드리브였다. 댓글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나를 못 알아보실 때 ‘잘 속였다’ 하면서 희열을 느낀다. ‘엄마 북한 사람인 줄’ 같은 댓글도 많이 봤고, ‘멜로가 체질’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한주(극 중 이름) 이제 백화점에서 일하네’라고 하신 것도 봤다. 정말 감사하다.”

주식 트라우마로 정신을 잃은 최선우(홍종현 분)의 뺨을 사정없이 내려친 신도 화제였다. “얼굴에 손자국이 남는다는 설정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과감하게 때려야 했다. (홍)종현이가 힘을 많이 실어줬다. 요령도 잘 모르겠고 하는 척하면 느낌이 안 사는데 ‘누나, 그냥 때려. 빨리 하자’ 하더라. 감사하게도 용기를 냈다. 여러 각도에서 찍어야 했는데 고맙고 미안했다.”

1년 가까이 쉬지 않고 ‘열일’ 중인 그는 틈틈이 건강한 휴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행복은 물론, 완성도 있는 작품을 위해서다. OST ‘괜찮은 척’에 작사로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잘 쉬는 게 되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품을 완성도 있게 만들려면 틈틈이 정말 잘 쉬어야겠더라. 요즘 골프, 그림 그리기, 작사가 취미다. 작사는 늘 해보고 싶었다. 짧은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이번에 기회를 주셔서 정식으로 데뷔했다. 몸이 피곤하더라도 정신이 쉬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제아무리 긍정적이어도 체력적으로 지칠 만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초심을 갖고 연기를 깊이 파고들겠다는 각오다. “연기를 그만뒀던 시기가 있다. 다시 시작했을 때, 처음으로 작품을 하게 됐을 때, 그때의 간절함과 진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활동 영역을 넓히고 더 많은 것들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연기를 진정성있게 바라보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기본에 충실히 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은 드라마나 코미디에 액션이나 로맨스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정통 멜로, 정통 누아르처럼 하나의 장르를 주력으로 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한지은01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 | 시크릿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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