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킹 사진
사진은 문학구장에 설치된 트래킹 시스템 카메라.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최근 KBO 허구연 총재는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SF)를 다녀갔다. LA와 샌디에이고에선 다저스, 에인절스 파드리스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 KBO팀들의 미국 현지 개막전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런데 개최 여부는 결국 돈이 문제다. 메이저리그는 지역 관련(커뮤니티)행사가 아닐 경우에는 구장 사용료가 무척 비싸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자동 볼판정 시스템 및 데이터 운영사업에 대한 추진 현황 살펴봤다. 앞으로 협업체계 구축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로봇심판의 운영실태 등을 파악한 것이다. SF 방문은 KBO와 KBOP가 추진하는 트래킹 시스템과 관련돼 있다. 허 총재는 “나는 결정하지 않는다. 실무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정작 트래킹 시스템 사업을 추진하는 실무진은 출장가지 않았다. 현재 KBO는 로봇심판, KBOP는 통합 트래킹 사업의 주최다.

통합 트래킹은 KBO와 구단 비용으로 진행한다. KBO로서는 역대급으로 큰 돈이 투자되는 사업이다. 매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자칫 어설픈 계약으로 기술력 확보는 뒷전이 되고 돈은 지속적으로 해외로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대국 미국이 최신형 비행기를 판매할 때 단순히 비행기로 그치지 않는다. 부품과 인력 등도 꾸준히 구매하게끔 계약을 체결한다. 첨단 기술은 이전해주지도 않는다. 항상 협상의 열쇠가 기술력 이전 여부다. 사인 후에는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KBO 통합 트래킹에 나선 업체는 총 4군데다. 국내업체 스포츠투아이가 개발한 PTS(Pitch Tracking System), 미국의 트랙맨(Trackman)과 호크아이(Hawk-eye) 등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호크아이가 대세다. KBO는 국내업체의 기술력이 가장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근거는 자세히 밝히지 않는다. 심사위원 구성도 비밀이었다. 로비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은 이해된다. 하지만 해당 분야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이 심사 과정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기술력이 가장 앞섰다는 ‘호크아이’는 KBO와 각 구단에 밉보였다. 자료제출과 프레젠테이션을 성의없이 해 구단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후문이다. 결국 호크아이의 무성의로 트랙맨이 선두주자로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이 대목에서 KBO와 구단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트랙맨은 단순히 국내 판매 라이선스 업체 자격으로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영업, 운영 중심의 사업이라 트랙맨의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에 하자가 생길 경우 미국에서 기술진이 파견돼야 한다. 트랙맨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지난 2020년 하반기, 기술적 결함에 대한 개선안을 제시하지 못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스포츠투아이의 PTS는 미국 SMT(Sports Media Technology)의 트래킹 기술을 바탕으로 아시아 모델로 재개발됐다. 국내에는 수요가 없어 천문학적 초기 개발비를 감당할 수 없었던 터라 이 방법을 택했다. 10년 전부터 불모지에 발을 디뎌 최근에는 국내에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국내 농구와 배구 국가대표 시스템에 스포츠투아이의 PTS를 확대 적용하는 프로젝트도 문체부 과제로 수행중이다. 스포츠투아이는 2021년 국내 스포츠산업 선도기업으로 제17회 대한민국 스포츠산업 대상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수상한 기업이다. 1988년에 창업한 SMT는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로 아이스하키 NHL에 선수와 퍽을 실시간 트래킹하는 업체로도 유명하다.

트래킹 시스템 통합 사업이 KBO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한 사업이라면 선택과 방향성이 뚜렷해야 한다. 호크아이는 MLB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공식 시스템이다. 반면 PTS는 국내 업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 외화가 유출될 일이 없다. 기술력도 탄탄하여 하자가 있을 때는 즉시 교정이 가능하며 KBO의 요청에 따른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현재 대한민국의 IT 계열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정작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이끌어야 할 각 구단과 KBO는 우리의 기술력을 저평가하고 외화마저 새나갈 참이다. KBO가 통합트래킹 업체 결정에 새삼 숙고해야 하는 이유다. 선택의 명분이 명확하지 못할 경우 국산화(PTS)와 기술력(호크아이), 어느 한 마리 토끼도 잡지 못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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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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