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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부진으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레전드 토니 라루사 감독. USA TODAY Sports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22년 메이저리그는 60경기 정도를 소화했다. 162경기 일정의 37%다.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았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조 지랄디(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조 매든(LA 에인절스) 감독 2명이 해고됐다. 2명은 야구인으로서는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다.

또 한 명의 가시방석에 앉은 이가 시카고 화이트삭스 토니 라루사 감독이다. 시즌 전 가장 여유있게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할 팀으로 꼽혔다.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팀이 승률 5할 이하로 추락하고 있다. 담당기자들은 라루사 감독의 진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지랄디와 매든에 비해 경력이 더 화려하다. 이미 야구인 최고의 영예인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레전드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3차례 일궈냈고, MLB 사상 스카 앤더슨 감독과 함에 유이하게 양 리그 정상을 밟은 인물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그의 등번호 10번을 영구결번했다.

라루사는 현역 최고령(77) 감독이다. 2011년 세인트루이스를 WS 챔피언으로 이끈 뒤 지휘봉을 놓았다. 이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LA 에인절스 구단 운영의 고문직을 맡으며 일선과는 거리를 뒀다. 그러다 2020년 10월 화이트삭스 감독으로 복귀했다. 욕심이 과했다. 전설은 전설로 남았어야 했다.

KBO리그에서 삼성 라이언즈 사장까지 지낸 김응룡 전 감독이 한화 이글스로 복귀해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 먹칠한데서 드러나듯 한 분야의 전설급 지도자는 물러날 때를 잘 선택해야 한다. 역사가 말해준다.

라루사 감독이 화이트삭스에 복귀한데는 명분이 있었다. 화이트삭스의 제리 라인스도프(86)는 NBA 시카고 불스도 함께 소유하고 있는 미 스포츠계의 영향력이 막강한 구단주다. 라인스도프 구단주는 자신이 가장 잘못한 결정이 젊은 라루사를 해고한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1979년부터 팀을 맡은 라루사는 1986년 시즌 도중 해고됐다. 이후 오클랜드 에이스와 세인트루이스를 거치면서 명장 반열에 올랐다.

라인스도프 구단주에 의해 복귀한 라루사는 지난해 93승69패로 2008년 이후 12년 만에 팀을 지구 우승으로 이끌었다. 사실 팀은 투타에서 우승권 전력으로 다져져 있었다. 그러나 우승을 위해 전임 릭 렌터리아를 해고하고 경험이 풍부한 라루사를 택한 것이다. 13년 만의 지구 우승은 디비전시리즈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패하며 막을 내렸다. 올해도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지난 12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홈팬들은 리드를 당하자 라루사를 해고하라며 “Tony Fire!”를 외쳤다. ‘홀 오브 페이머’ 라루사 감독에게는 치욕의 순간이었다. 13일 경기에서도 연장 12회 끝에 8-6으로 져 시즌 27승31패가 됐다.

홈패들이 라루사를 물러나라고 한데는 성적부진이 요인이지만 최근 LA 다저스전에서 볼카운트 1-2에서 트레이 터너를 고의4구로 출루시킨 뒤 맥스 먼시에게 3점홈런을 허용한 게 크게 작용했다. 팬들에게는 노장 감독의 쓸데없는 고집으로 패배를 자초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라루사는 먼시와의 매치업이 기록적으로 낫다고 강변했다.

라루사 감독은 MLB에서도 인정받는 창조적 지도자다. 마무리 투수의 1이닝 피칭은 1988년 오클랜드 시절 처음 도입했다. 명전 회원이 된 데니스 에커슬리가 시초다. 투수의 8번 타자 타순도 라루사가 시도했다. 9번이 톱타자로 연결돼 야수의 9번이 매치업에서 좋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라루사의 명성은 크게 퇴색되고 있다. MLB 사상 역대 두 번째 최다승(2848승 2465패)을 이룬 레전드 감독의 추락이 안타깝다. moonsy1028@sportsseoul.com

문상열 부시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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