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와 이야기나누는 수베로 감독[포토]
한화 수베로 감독.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팀을 다시 일으키는 리빌딩 개념 도입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는다.

하위팀은 만년 하위권에 머물렀고 어쩌다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반짝세로 끝난 게 예전의 과정이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MLB 팀들의 운영을 살펴보면서 리빌딩 개념이 도입됐다.

그러나 리빌딩은 스포츠 마켓이 큰 팀에는 적용되는 게 아니다.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NBA LA 레이커스는 리빌딩이 없다. 부자 구단이고 전력이 약하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선수를 사오면 된다. 즉 LG가 리빌딩을 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국내 프로스포츠는 리빌딩이 쉽지 않다. 리빌딩은 팀을 창단해 출발하는 과정보다 어렵다. 신생팀 NC와 KT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소요된 기간이 1군 진입 후 8년, 7년이다.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LG 트윈스 1994년, 한화 이글스 1999년이 KS 우승 마지막이다. 3세대가 지났다.

국내에서 리빌딩이 어려운 이유는 선수층이 얇고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유망주 수급 자체가 힘들다. 리빌딩의 첫 번째는 드래프트를 통한 유망주 스카우트다. 이어 고액 연봉자와 올스타급 선수들을 트레이드해 될성 부른 떡잎을 데려온다. 영파워들이 팀의 주전으로 자리 잡을 때 FA시장에서 돈을 풀어 검증된 대어를 영입해 플레이오프 경쟁력을 갖춘다.

미국 스포츠는 고의로 경기를 져 드래프트 상위를 지명하려는 ‘탱킹(tanking)’이 가능하다. 지난해 겨울 MLB 노사단체협약 때 탱킹이 큰 이슈가 됐다. 탱킹으로 성공한 팀이 휴스턴 애스트로스다. NBA도 필라델피아 76ers,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탱킹과 함께 리빌딩으로 성공했다.

KBO리그에서는 우수한 선수가 부족한 터라 탱킹의 의미가 없다. 1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투수가 있다면 탱킹을 시도할 수 있다.

국내는 프로스포츠가 산업도 아니고 대기업의 총무무 관리 수준이다. 역사가 오래된 미국과 다르다. 스포츠단 사장은 기업을 경영하는 CEO와 다를 바가 없다. 제품이 아닌 사람을 관리하는 터라 더 복잡하고 힘들다. 연봉도 기업인과 맞먹는 수 백만 달러를 받는다.

미국 스포츠에서 리빌딩이 가장 어려운 종목이 NBA로 꼽힌다. 선수단 규모가 크지 않고 르브론 제임스급의 대형 유망주가 드래프트에 등장해야 리빌딩이 된다. NFL은 대학풋볼 선수들의 기량이 프로와 큰 차이가 없어 드래프트만으로도 2,3년에 재건이 가능하다. MLB는 4,5년 정도 소요된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보면 그렇다. 2017년부터 추락했고,올해는 팀이 재건을 이루고 시동을 걸 때다. 아쉽게도 시즌 초반 휘청거리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외국인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를 데려와 리빌딩모드로 팬들의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올시즌도 9연패의 수렁에 빠졌고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8경기를 치른 현재 12승26패다. 가을야구 진출은 불가능하다.

한화는 2007년을 마지막으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2008년 이후 2018년 딱 한 차례 가을야구가 전부다. 이 기간 동안의 감독이 대행 포함해 8명이다. 수베로 감독도 한화의 해결사는 아니라는 게 판명됐다. 재건의 과정이 너무 험난하다.

KBO리그에서 침체된 팀의 성공 과정에는 구단주의 적극적 관심이 지름길이었다. 구단주의 관심에 전그룹이 움직인다는 의미다.

문상열 부시리그

moonsy1028@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