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컷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19년 12월27일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류현진을 에이스로 영입했다. 4년 연봉 8000만 달러. 그러나 2022년 3월26일 시범경기 첫 등판한 류현진은 팀의 제3선발로 위치가 바뀌었다.

토론토는 오프시즌 사이영상 좌완 로비 레이(시애틀 매리너스) 공백을 케빈 가우스민(31)으로 메우고 전 시애틀 매리너스 기구치 유세이(30)를 프리에이전트로 영입해 완벽한 5인 선발을 구축했다. 게다가 공수를 갖춘 전 오클랜드 에이스 3루수 맷 채프먼(28)까지 트레이드해 단숨에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구단의 마이크 샤파이로 사장은 2022시즌을 월드시리즈 진출 적기로 판단한 듯하다. 29년 전 1993년이 마지막 WS다. 구단 창단 이래 가장 큰 돈을 퍼부었다. 구단주들의 직장폐쇄 전 시즌 도중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트레이드한 1선발 호세 베리오스와 7년 1억 3100만 달러 연장계약을 맺었다. 이어 가우스민과 5년 1억1000만 달러, 기구치 3년 3600만 달러, 불펜의 이미 가르시아와 2년 1100만 달러 등 사실상 FA 영입으로 2억8800만 달러(3525억 원)를 투자했다.

2019년 LA 다저스를 포함해 3년 연속 개막전 선발투수로 위용을 떨쳤던 류현진(35)의 팀내 비중도 자연스럽게 작아졌다. 찰리 몬토요 감독은 4월9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개막전 선발투수를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태. 구위나 전년도 성적을 고려했을 때 베리오스가 유력하다. 가우스민은 지난해 SF 자이언츠 에이스로 활약했으나 전반기와 후반기 성적이 큰 차이를 보여 개막전 선발로는 적당하지 않다. 전반기 평균자책점 1.73, 후반기 4.42를 기록했다.

토론토의 선발 로테이션은 베리오스-가우스민-류현진-알렉 마노아-기구치 유세이로 이어진다. 우완 3, 좌완 2명 등 완벽한 로테이션이다. 마노아는 27일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해 3.1이닝 2안타 2볼넷 3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26일 시범경기 첫 등판 때 토론토 전담방송 스포츠네트 팻 태블러 해설자의 지적은 현 류현진의 팀내 위상을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생일에 등판하면서 35세의 나이가 거론됐다. 토론토 선발 로테이션 5인 가운데 최고령자가 됐다. 태블러 해설자는 “류현진에게 지난해와 같은 등판 횟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로스 스트리플링과 같은 선발 자원이 있으므로 상황에 따른 추가 휴식을 주면 효과적인 피칭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 영원한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34)도 개막전 선발을 후배 워커 뷸러에게 물려줄 수 밖에 없었다.

류현진은 2021년 메이저리그 입문 후 최다 31경기에 등판했다. 평균자책점 역대 최악의 4.37을 기록했음에도 성공한 시즌이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부상없이 로테이션을 지켰기 때문이다. 최근의 메이저리그 추세는 선발 30경기 등판이면 우수한 자질의 선발이다. 여기에 규정이닝을 채우면 평균자책점과 큰 관계없이 A급으로 분류된다.

2022시즌 토론토 3년차를 맞는 류현진으로서는 에이스의 심리적 부담감은 없다. 홀가분하게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밀알이 되면 된다. 팀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사실 지난 시즌 류현진의 후반기, 특히 8,9월의 부진은 팀에 뼈아프게 작용했다. 토론토는 1경기가 모자라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승패를 떠나 선발 30경기, 규정이닝, 평균자책점 3점대 유지 등 모두 험난한 목표다. 투수 입장에서 지명타자.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갈 길이 먼 2022시즌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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