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컷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미국의 2월 세째주 월요일은 대통령의 날로 법정 공휴일이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탄생(1732년 2월22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신생국 미국이 가장 오랫동안 대통령제와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는 것은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정신과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의 이념을 후대들이 따른 덕분이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들의 정신을 이어 받으려는 대통령과 공직자들이 미 합중국을 받쳐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KBO는 정통성없는 정부의 부산물이다.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태어났지만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른 체육단체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출발은 매끄러웠다. 총재 중심으로 구단주들이 참석하는 총회는 권위가 있었고 조직도 탄탄했다. 총재, 커미셔너는 메이저리그를 흉내냈고, 정관은 일본 프로야구를 모방했다. 당시 실무를 주도한 이들이 일본 프로야구에 정통한 인물들이다.

현재 위상은 현재 땅에 떨어졌다. 고위공무원, 재벌기업 두산의 사장과 부회장을 역임한 정지택 총재가 재임 1년 만에 사퇴한데서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KBO 간부를 지낸 한 인사는 “총재 취임할 때는 규약에 따라 권한이 큰 줄 알았을 게다. 사임할 때 총재 권한이 사장과 동급인 11분의 1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사퇴 요인의 한 가지로 본다”고 분석했다. “규약을 고치지 않고 사장과 동급의 총재로는 어떤 명망가가 영입돼도 제2의 정지택 총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총재 개인의 역량을 따질 게 아니라 규약을 고쳐서 KBO 수장으로 조직을 이끌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출범은 창대했던 KBO 조직이 왜 구단 하부조직이 돼버렸을까. 출범 때 KBO는 구단보다 위의 조직이었다. 재벌기업 오너들로 구성된 총회는 어전회의를 방불케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참석한 총회다. KBO는 시즌에 들어가기 전 구단주 총회에서 업무보고를 하며 조직의 권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총회 구성원인 구단주는 구단주대행으로 등급이 낮아졌고 심지어 사장이 구단주대행까지 맡았다. 사장이 이사회, 총회에 동시에 참석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KBO는 이를 저지하지 못했다.

KBO와 구단의 힘겨루기는 1990년대 사무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면서부터다. 당시 구단은 막강한 힘을 휘두른 이용일 총장의 실행위원회(이사회) 의결권을 삭제했다. 그 때는 이사회 의장이 사무총장이었다. KBO가 총재와 사무총장 의결권 2표를 행사하는 게 부당하다는 취지였다. 이후 KBO 사무총장은 실무자로 전락했다. 실행위원회는 현재 단장 회의가 됐다.

1990년 전까지 구단과 KBO의 관계는 구단주=총재, 사무총장=사장이었다. 현재는 총재=사장, 사무총장=단장이다. KBO와 구단이 상생이 아닌 서로 견제하는 관계가 돼버렸다. 현재 모든 현안은 이사회 결정이다. 구단주대행의 총회는 구본능 총재 때부터 유명무실해졌다. 모임은 없고 서면결의다.

총재 업무를 제한시켜서는 안된다. 모든 현안이 3분의2 찬성이다. 일하지 말라는 규약이다. 총재를 이사회가 뽑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이 규약은 빨리 고쳐야 한다. MLB 커미셔너를 구단 사장이 뽑나? 사장이 구단주인가? KBO의 최대 걸림돌은 이사회다. 예전 총회는 재벌 총수들이 참석하는 터라 웬만한 사안은 서로 양보가 가능했다. 현재는 사장들이 구단 이익의 최선봉에 나선다. 합의가 어렵다.

아울러 이참에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 원칙으로 하는 규약 개정이 필요하다. 야구단 사장은 한시적인 자리다. 야구 역사의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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