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컷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22년 KBO리그는 2013년 이후 19년 만에 전면 드래프트로 복귀한다.

KBO리그는 1982년 지역 연고를 바탕으로 출범했다. 전력 수급의 드래프트도 1차 지명이라는 미명하에 지역 연고로 실시했다. 2010년에 전면 드래프트 제도를 잠시 도입했다. 4년 시행하다가 다시 지역 연고의 1차 지명으로 환원했고 이번에 다시 전면 드래프트로 복귀한다.

우수한 자질이 많은 수도권 프랜차이즈 팀들이 목청을 높여 또 다시 지역 연고로 환원하자면 또 바뀔 수도 있다. 구단 이기주의는 드래프트의 기본뿐 아니라 야구의 정통성, 역사성 등이 모두 파묻힌다. 40년이 지난 현재 KBO리그 발전에 족적을 남겼다고 할 만한 프런트맨을 꼽을 수 없는 이유가 구단 이기주의에 매몰됐기 때문이다.

미국 4대 스포츠는 출범부터 전면 드래프트였다. 드래프트는 북미미식축구리그 NFL이 1936년에 가장 먼저 시행했다. MLB는 4대 종목에서 가장 늦은 1965년에 도입했다. 돈 많은 구단 뉴욕 양키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은 드래프트가 시행되기 전 선수들과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었던 터라 이들이 철저히 반대했다.

양키스 간부는 드래프트를 공산주의 시스템이라고 했고, 퓰리처상을 받은 스포츠 칼럼니스트 아서 데일리는 “노예시장”에 비유했을 정도로 반대가 심했다.

전면 드래프트를 실시해야 팬들은 당해 연도에 누가 최고 선수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구단의 판단과 스카우트의 능력도 전면 드래프트로 알 수 있다. KBO리그 팀 입장에서는 드래트프가 매우 중요한 전력 공급의 창구다. 지역 연고 드래프트는 아마추어 선수 랭킹 파악이 어렵다.

미국에서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전문가들이 예상 드래프트를 실시한다. 이를 가상의 ‘Mock Draft’라고 부른다. 가장 인기가 높은 게 NFL, NBA 순이다. ESPN의 해설자로 활동하는 멜 카이퍼 주니어는 드래프트 전문가다. 풋볼 선수 출신도 아닌 그는 대학 선수들의 기량을 정확하게 파악해 드래프트 순위를 정확하게 예상하는 인물이다.

전면 드래프트는 강호의 고수들을 배출할 수 있다. 스카우트보다 더 정확하게 선수 파악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언론 입장에서는 전면 드래프트가 두고두고 콘텐츠로 남는다. 2010~2013년 KBO리그 전면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자 가운데 기대만큼의 활약을 하는 선수는 2013년 키움이 뽑은 조상우 정도에 불과하다.

2010년 LG 투수 신정락, 2011년 한화 투수 유창식, 2012년 한화 내야수 하주석 등을 꼽았다.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자로 성공한 케이스에 속하지 않는다. 2011년 7라운드에 지명된 포수 유강남은 LG의 주전 포수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2012년 창단돼 처음 드래프트에 참가한 NC는 1라운드 박민우, 2라운드 나성범을 지명했다. 나성범은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FA)가 돼 KIA와 150억 원의 천문학적 계약을 맺었다. 전면 드래프트의 묘미다.

미국 스포츠에서는 흔하게 벌어진다. 선택을 잘못하면 구단은 흑역사가 된다. 2007년 NBA 드래프트 전체 1번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가 갖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1,2번으로 예상된 센터 그렉 오덴(오하이오 주립대)과 포워드 케빈 두란트(텍사스)를 놓고 고민했다. 포틀랜드는 센터 오덴을 택했고, 두란트는 시애틀 슈퍼소닉스(현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에 2번으로 지명했다. 부상에 시달린 오덴은 105경기로 NBA에서 끝났고, 두란트는 정규시즌 MVP와 함께 4차례나 득정왕에 오르며 현재는 브루클린 네츠에서 활동하고 있다.

전면 드래프트는 구단의 전문성도 알아볼 수 있는 시험대다. KBO리그가 본격적인 프로 시대를 맞는 느낌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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