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컷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뉴욕 양키스 전설의 명포수 요기 베라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는 스포츠맨이 남긴 명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졌다. 정치에서도 이 말을 차용한다.

베라는 이 명언 외에도 “야구는 90%가 정신력이고, 나머지 절반이 육체적이다(Baseball is 90% mental and the other half is physical.)”는 야구의 본질도 짚었다. 야구인, 해설자가 야구는 ‘멘탈게임’이라고 하는 게 바로 베라의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뉴욕 양키스를 4차례나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조 토리는 “최고 수준에서 경쟁하는 것은 이기는 게 아니다. 그것은 준비, 용기, 이해, 그리고 사람들과 마음을 키우는 것에 관한 것이다. 이기는 것은 결과다”라며 야구의 영감을 설파했다.

미국 스포츠에는 마치 철학자가 남긴 듯한 말이 수없이 많다. 특정 선수, 감독의 명언만 모아도 책으로 꾸밀 수 있다. 야구 뿐 아니라 전 종목이 그렇다.

한국 KBO리그에는 “동열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라는 전 해태 김응용 감독이 남긴 말이 그나마 유명하다. 이 말을 명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기자와 얘기를 나누면서 전력 약화를 넋두리처럼 한 말에 불과하다.

한국 스포츠에는 왜 명언이 없고 외국 선수, 감독의 명언만을 쫓아야 할까.

의식과 미디어와 소통 시스템 자체가 철학적인 말이 나올 수 없게 돼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터뷰가 콘텐츠다. KBO는 신인선수에게 프로 선수로서 몸가짐 등 여러 가지 교육을 한다. 이 가운데 인터뷰 교육도 있다. 개인적으로 신인선수뿐 아니라 신임 감독도 인터뷰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KBO가 주최한 미디어데이를 봤다. 양 팀 감독, 선수가 한데 모여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큰 매치를 앞두고 양 팀이 함께하는 미디어데이는 없다. 따로 해야 된다. 기자의 질문에 특정 팀이 대답하면 꼬리를 물어 상대는 농담 식으로 받는다. 이 자리에서 무슨 기억될 말과 자신의 철학이 나오겠는가. 미디어데이가 시시덕거리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미국은 포스트시즌 때 패장의 질문도 승장의 양과 거의 비슷하다. 기자는 질문할 게 많다. 패장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다. KBO는 현재 정규시즌 때 경기 후 감독의 기자회견도 없다. 홍보실 직원이 감독의 ‘경기 소감’을 듣고 기자에게 전달한다. 해괴한 시스템이다. 총재가 경기 전후 기자회견을 무조건 하도록 명시하고 규정을 어길 때는 벌금 제재를 하면 된다. KBO 커미셔너는 야구대통령이다.

프로농구 KBL은 출범 때 NBA 시스템을 모방했다. 기자회견도 마찬가지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으로 승장과 패장에게 질문하고 이에 대답한다. 패장은 물론 답이 길지 않다. 국내 스포츠 수준이 그만큼이니까. KBL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피하면 NBA식으로 벌금을 제재한다.

팬은 경기 후 감독의 의중을 듣고 싶어 한다. 사실 국내 인터뷰는 두리뭉실 이다. 구체적이지 않다. 미국은 감독이 기록지를 보고 구체적으로 답한다.

ML 스몰마켓 팀은 원정에 기자가 2명 동행 취재하는 경우도 있다. 감독은 이때도 공식 기자회견이다. 역대 KBO 커미셔너는 공식 기자회견도 거의 하지 않았다. 전부 간담회 형식이다.

팬에게 다가가는 야구는 총재, 감독, 선수의 진솔한 언론과 접촉, 라커룸 개방 등이 선행돼야 한다. 요기 베라는 죽어서도 명언으로 스포츠 팬 곁에 있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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