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컷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아마추어, 프로페셔널을 떠나 운동 선수 최고의 목표는 무엇일까. 우승이다.

전 세계 축구 최고 스타 가운데 한 명인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가 고인이 된 디에고 마라도나를 뛰어 넘을 수 없는 게 있다.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정상에 올려 놓지 못한 점이다. 축구 기량, 골, 인성 등 모든 면에서 메시가 마라도나를 앞선다. 하지만 월드컵 앞에서는 작아진다.

KBO리그의 레전드급 스타 플레이어들을 보면 우승의 절박함은 묻어나지 않는다. 명분(우승)보다는 실리(돈)에 훨씬 치우처 있다는 점을 지울 수가 없다. 트레이드를 통해서라도 우승에 도전하는 게 프로다.

롯데 이대호, 전 한화 이글스 김태균, 전 LG 트윈스 박용택 등은 KBO판 레전더리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우승 반지가 없다. 그런 점에서 데뷔 17년 만에 한국시리즈 첫 우승과 함께 MVP를 수상한 2루수 박경수와 대조를 이룬다.

앞으로 박경수와 같은 한국시리즈 MVP 탄생은 어렵다. 역대 최저 2안타 1타점으로 MVP를 수상했다. 90명이 기자단 투표자 가운데 67명이 박경수에게 몰표를 줬다. 고비마다 펼친 호수비와 우승 리더십에 기자들이 공감했다. 한국시리증 MVP에서 기록보다 중요한 리더십을 평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미국의 메이저 종목 MLB 월드시리즈, NBA 파이널스, NHL 스탠리컵, NFL 슈퍼볼보다 훨씬 쉬운 편이다. KT는 이번에 4경기를 치르고 창단 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NBA와 NHL은 16경기를 이겨야 우승이다. MLB도 최소 11경기, 최대 12경기를 이겨야 정상에 오른다.

미국 스포츠에서는 우승이 어렵기 때문에 반지없는 명예의 전당 회원 스타 플레이어들이 수두룩하다. 홈런왕 배리 본즈, 역대 최고 강타자 가운데 한 명인 보스턴 레드삭스의 상징 테드 윌리엄스는 우승 반지가 없다.

하지만 우승했을 때 감동은 팬들의 가슴을 울릴 정도로 진하게 퍼진다. NBA 파워포워드 케빈 가넷은 2008년 데뷔 13년 만에 유니폼을 바꿔 입은 보스턴 셀틱스에서 우승에 성공한다. LA 레이커스를 6차전에서 누르고 코트에서 인터뷰한 가넷은 울먹이며 “불가능은 없어(Anything possible)!”라고 외쳤다.

마이애미 히트에서 4년을 외도한 르브론 제임스(현 LA 레이커스)는 2016년 친정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우승시켰다. “클리블랜드여 이 우승은 당신들 것입니다(Cleveland, This for you!)”라면서 울었다. 구단 창단이래 첫 우승이다.

르브론이 2017시즌 후 다시 프리에이전트가 돼 레이커스로 이적했을 때 팬들은 박수를 쳤다. 클리블랜드 프랜차이즈에 유일한 우승을 안겨주고 떠난 고마움을 팬들도 잊지 않았다.

우승은 선수, 팬, 프랜차이즈 자체를 한곳으로 묶어주는 힘을 발휘한다. 단순한 구단 만의 우승이 아니다. KT 이강철 감독과 선수들이 팬들과 함께 하는 ‘팀 KT’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 스포츠 사상 슈퍼스타의 우승으로 역대 최고는 NHL 콜로라도 애벌랜치 디펜스맨 레이 보크(60)였다. 캐나다 태생의 보크는 1979년 보스턴 브루인스에서 데뷔했다. 17년 연속 올스타에 뽑혔을 정도로 탁월했다. 하지만 우승은 철저히 그를 외면했다.

보스턴에서 21년 활동한 보크는 1999년 콜로라도 유니폼으로 바꿔 입는다. 그리고 2001년 콜로라도는 뉴저지 데블스를 4승3패로 누르고 스탠리컵 정상을 차지한다. 보크는 NHL 현역 23년 끝에 대망의 스탠리컵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KBO리그의 레전드급 스타 플레이어들도 실리(돈) 보다 명분(우승)에 더 절박함을 보였으면 좋겠다. 우승에 도전하는게 진짜 프로이기 때문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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