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컷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미네소타 트윈스는 9일(한국 시간) 새로운 코치 2명과 계약했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낯익은 얼굴이다. 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제이시 팅글러 감독(40)과 데이비드 폽킨스(31)를 벤치코치, 타격코치로 각각 영입했다.

벤치코치는 KBO리그의 수석코치다. 감독을 보좌하는 코칭스태프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팅글러는 2021시즌 후 성적 부진으로 2년 만에 샌디에이고 감독에서 물러났다. 개인적으로 팅글러는 곧바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짐작했다. 감독이 아닌 벤치코치로 이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 스포츠는 감독이 젊은 나이에 해고되면 일자리 찾기는 쉽다. 감독보다 낮은 자리로 자신의 전문 영역을 구축하면 된다. 눈높이를 낮추면 되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국내 스포츠와 확연한 차이다.

팅글러의 전임 앤디 그린 감독도 2019시즌 후 샌디에이고에서 성적 부진으로 해고된 뒤 곧바로 2020년 시카고 컵스 벤치코치로 부임했다.

감독 출신의 벤치코치는 미국 스포츠에서 일반적이다. 벤치코치는 감독을 보좌하는 한 배를 탄 동지다. 신임 감독에게 사령탑을 역임한 코치가 옆에서 보좌하는 게 구단과 감독 개인에게 위험 요소를 줄이는 일이다.

그린(44)이 벤치코치로 이적할 때 컵스는 마이너리그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코치 경험마저 전무한 데이비드 로스(44)를 새 감독으로 발탁했다. 그린은 샌디에이고 감독을 4년이나 역임했다.

2015시즌 후 LA 다저스는 소수계인 데이브 로버츠(49)를 감독으로 선택했다. 구단 사상 백인이 아닌 소수계는 처음이다. 현 SF 자이언츠 게이브 케플러와 인터뷰 끝에 로버츠를 선택했다. 로버츠는 샌디에이고에서 벤치코치를 역임한 바 있다. 감독 경험은 없었다.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단 사장은 로버츠를 감독으로 영입하면서 경험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봅 게렌을 벤치코치로 영입했다. 게렌은 2007~2011년 오클랜드 에이스 감독을 지냈다. 로버츠와 게렌은 6년 동안 감독과 벤치코치로 호흡을 맞추며 월드시리즈 1차례 우승, 3회 진출의 성과를 거뒀다.

프로농구 NBA 프로풋볼(미식축구) NFL에서도 감독 출신의 코치는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NFL은 감독 출신 코치가 선호 대상이다. 오펜스, 디펜스, 쿼터백 등 전문 분야가 확실한데다가 감독 경력이 리더십으로 나타나 훨씬 긍정적인 효과를 보게 된다.

국내 스포츠에서는 감독 출신의 코치는 거의 불가능하다. 당사자는 체면, 구단은 감독 출신에 대한 대우 등 다소 복잡하다. 하지만 야심차게 뽑은 신임 감독이 실패하는 경우는 거의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다. 수석코치 발탁 배경을 보면 감독보다 나이가 어려야 되고, 동문 출신 또는 동기 등으로 국한된다. 144경기의 장기레이스를 운영하는 자세부터가 아마추어다.

예전 김재박 감독이 현대에서 쉽게 우승할 때 40대 감독 영입이 대세였던 적이 있다. 당시 김 감독은 40대 감독과 맞닥뜨릴 때 “무엇을 하려는지 수가 다 보였다”는 말로 감독의 경험 부족을 꼬집은 적이 있다.

감독 출신의 경험은 소중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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