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근의롤리팝

[스포츠서울|배우근기자] 투수들의 미친 구위를 정확하게 보고 싶다. 100마일에 가까운 속도로 미트에 꽂히는 강속구. 일직선으로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직전에야 꺽이는 투심과 싱킹 패스트볼, 여기에 행잉이 아닌 급격하게 떨어지는 폭포수 커브와 체인지업. 나풀거리며 날아가는 너클볼과 방향을 종잡기 힘든 포크볼도 만끽하고 싶다.

사회인야구처럼 투수 바로 뒤 심판이면 가능하지만, 프로야구가 진행되는 구장에선 불가하다. 그러나 포수 후면석, 그것도 포수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면 가능하다. 단, 그런 자리는 야구장 전체 좌석중에 불과 몇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계카메라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하다. 심지어 눈으로 좇지 못하는 궤적까지 슬로모션으로 만끽할 수 있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PS)이 막을 내렸다. 디비전시리즈와 리그챔피언십이 흥미롭게 펼쳐졌고 월드시리즈(WS)에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26년만에 4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야구장을 가지 못한 팬들을 위해 중계 카메라는 다양한 앵글로 선수들의 플레이와 표정을 담아 시청자에게 날것처럼 배달했다. 백스톱에서 포수 시점으로 공의 궤적을 잡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시선을 잡아챈 앵글은 투수와 타자를 외야에서 일직선으로 잡은 화면이었다.

NLCS에서 LA다저스와 맞붙은 애틀랜타의 홈경기가 그랬다. ALCS에서 휴스턴과 격돌한 보스턴의 펜웨이파크도 투수 등 뒤에서 찍은 영상을 중계했다. 높낮이의 차이는 있지만 투수가 어떤 종류의 공을 어느 코스로 던지는지, 앵글의 왜곡없이 중계됐다. 그 공을 타자가 어떻게 상대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측면 앵글이 아니다보니 투타대결에서 가장 핫한 스트라이크존 통과 여부도 잘 보였다.

투수와 타자가 일직선상에 위치하는 건, 카메라의 위치 때문이다. 외야의 중계 카메라가 배터스아이 한가운데 위치했다. 배터스아이는 타자들이 투수가 던지는 흰공을 잘 보기 위해 중앙 펜스에 검게 칠한 부분이다.

메이저리그의 시카고 화이트삭스(개런티드 레이트 필드), 탬파베이 레이스(트로피카나 필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부시 스타디움), 피츠버그(PNC파크, 콜로라도(쿠어스필드), 미네소타(타깃필드), 밀워키(밀러파크) 등이 배터스아이에서 투타를 찍는다.

KBO리그를 중계하는 방송사는 투수와 타자를 일직선이 아닌, 사선으로 배치해 중계한다. 타자의 시선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카메라가 배터스아이 측면에서 찍고 있다. 그러면 투타의 긴장감은 높일수 있지만 투수의 공이 타자앞에서 어떻게 요동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야구는 타종목에 비해 경기시간이 길고 역동성이 떨어진다. 팬층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카메라 앵글은 필수다. 코로나19로 직관이 힘들어지며 중계방송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 지난 2018년 KBO는 시범경기에서 포수와 심판마스크에 액션카메라를 설치하며 변화를 모색했다. 하지만 잠시 운영되다가 흐지부지 사라졌다.

중계기술과 기기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KBO와 각 방송사의 의지, 그리고 현장의 협조만 이뤄진다면 KBO야구팬들은 메이저리그 보다 더 다채로운 화면을 만날 수 있다. KBO 관계자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라고 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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