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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2019년 12월 프리에전트 류현진이 캐나다 프랜차이즈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했을 때 우려의 시각이 많았다. 지명타자를 활용하는 아메리칸리그, 강팀들이 우글대는 엘리트 지구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여부였다.

LA 다저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 계약을 하고 무너진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소환되기도 했다. 둘의 상황이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투수 친화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좋은 성적으로 FA가 된 뒤 명분(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보다 실리(거액)를 앞세운 이적이 판박이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런 우려를 기우로 덮었다. 토론토를 2016년 이후 4년 만에 가을야구로 진출시켰다. 2020년 토론토의 예상치못한 플레이오프 진출에 원동력은 8000만 달러(936억 원) 계약을 한 좌완 류현진이 결정적이었다. 단숨에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AL 동부지구에서도 완급조절과 체인지업의 위력은 여전했다.

그러나 2021시즌 8월이 마감될 즈음 2019년 겨울의 우려는 엄밀하게 한 시즌이 경과된 뒤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8월의 투구내용은 들쭉날쭉의 최정점에 달했다. 지난 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3.2이닝 동안 7안타 3홈런 1볼넷 4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7안타 가운데 4안타가 장타다. 타구들이 강하게 맞았다. 다승 단독 선두로 나설 기회도 놓쳤다. 시즌 12승7패 평균자책점 3.88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8,9월에 뛰어난 기량을 펼치는 선수를 ‘머니 플레이어’라고 한다. 돈 값어치를 하는 선수다. 8월의 중요한 시기에 류현진은 팀 승리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 에이스 자리는 후반기부터 로비 레이(9승5패 2.72)에게 빼앗겼다.

류현진은 8월에 5경기에 등판했다. 2승2패 6.51이다. 월간 평균자책점으로는 최악이다. 굴곡이 심했던 6월에도 2승2패 4.88이었다. 기둥투수는 개인 승패를 떠나 안정된 피칭으로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는 게 임무다.

8월 투구내용을 보면 4일 클리블랜드전 7이닝 7안타 2실점, 9일 보스턴 3.2이닝 10안타 7실점, 15일 시애틀 6.1이닝 3안타 4실점, 22일 디트로이트 7이닝 5안타 무실점, 27일 화이트삭스 3.2이닝 7안타 7실점 등이다. 27.2이닝 동안 32안타 21삼진 5볼넷이다.

류현진은 피네스 피처다. 삼진을 낚는 파워피처가 아니다. 피네스 피처는 절묘한 완급조절과 송곳같은 제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화이트삭스전에서 볼넷은 남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올시즌들어 한경기 최다 홈런 및 강한 타구들이 발목을 잡았다. 3홈런이 커브, 커트패스트볼, 체인지업 등 완급조절의 주 레퍼토리 구종들이었다. 이렇게 되면 던질 구종이 없어지는 것이다. 화이트삭스 타자들의 노림수가 류현진의 구위와 구종을 뛰어 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2020시즌과 2021시즌이 다를까. 지난해는 ‘코비드19 팬더믹’의 전무후무한 60경기 단축일정이었다. 단거리 레이스였다. 12경기 선발등판에서 보여준 2.69 평균자책점과 마라톤으로 환원된 162경기 일정의 투구와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도 8경기(7경기 선발)로 1.62를 기록했다.

AL 동부지구에서 이 정도의 성적도 매우 우수하다. 연봉 2000만 달러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지난해 기대 이상으로 역투해 올해 부진하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또 하나 분명한 사실은 9월에도 굴곡있는 피칭이 이어진다면 토론토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건너 간다. 현재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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