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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했다’

한국 대표팀은 7일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동메달 경쟁에서 10-6으로 패했다. NBC 방송의 캐스터는 경기 후 “한국은 디펜딩 올림픽 챔피언이다. 이번 도쿄 대회에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은 팀이었는데 빈손이 됐다”고 지적했다.

금메달 감독에게 또 한번 앵콜을 요구했지만 선수 기량과 감독 용병술은 2008년 베이징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참담한 패배를 안고 귀국했다.

혹자는 6팀 밖에 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별, 녹아웃 스테이지마다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을 도입한 게 홈팀 일본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이 동메달결정전까지 진출한 것은 대회 방식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 결과다. 다른 구기 종목과 같은 경기 방식이었다면 대회 최종일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이미 보따리를 쌌다.

이번 도쿄 올림픽의 야구는 사실상 디펜딩 챔피언 한국, 개최국 일본, 야구 종주국 미국, 중남미 강호 도미니카 공화국 등 4팀 가운데 한 팀의 메달 탈락 레이스였다. 그러기에 메달따기가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 3팀과 대결에서 1승4패였다. 경기 운 따위의 변명을 할 수 없는 완패다.

감독도 전성기가 있다. 팬들은 챔피언 때의 향수로 오래전 우승 감독을 원하기도 한다. 구단도 옛 영광을 꿈꾸며 새로운 도약을 위해 영입한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KBO가 김경문 NC 전 감독에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지휘봉을 다시 맡긴 배경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금메달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사상 남자 구기 종목으로는 유일하게 금메달을 획득해 전설의 감독이 됐기 때문이다.

지나간 이야기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 김 감독은 경기운이 무척 따랐다. 야구이론과 동떨어진 작전과 선수 교체가 거꾸로 맞아 떨어졌다. 당시 NBC 방송 해설자도 김 감독의 이상한 선수 교체에 의문을 달기도 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고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김 감독의 어처구니없는 작전에 안절부절했다.

김 감독의 운발은 2021년 도쿄에 미치지 못했다. 불펜은 운영에 따라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선발 투수는 다르다. 조기에 무너지면 뾰족한 방법이 없다. 물론 경기 전 컨디션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투수의 책임도 매우 크다.

녹아웃 스테이지 미국, 일본, 도미니카 공화국전에 공통점이 있다. 경기 후반 모두 상대에게 빅이닝을 만들어줬다. 일본과 준결승 8회 3실점, 미국과 패자 준결승 6회 5실점, 도미니카 공화국과 3,4위전 8회 5실점이다. 구원 투수의 잘못일까. 올림픽은 3타자 상대 규정이 없다. 위기에 닥치면 곧바로 새로운 투수로 교체해야 한다. 경기 후반 실점은 돌이킬 수 없다.

전문가들과 팬들은 일본전에서 8회 고우석 투수의 ‘이닝 엔딩’ 더블플레이 베이스 커버 미스를 비난한다. 선수는 신이 아니다. 실수를 할 수 있다. 다음이 문제다. 고우석은 이닝 엔딩 더블플레이를 매듭짓지 못했을 뿐, 이 때까지 실점을 한 게 아니다. 실점은 폭투-고의4구-볼넷 후에 싹쓸이 2루타가 터져서다.

흔들리고 있는 투수를 교체하지 않은 감독의 잘못이다. 감독은 위기 상황의 흐름을 끊어야 할 책임이 있다. 투수 교체가 한 방편이다. 결과론이 아니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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