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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너무 충격적이다.” 김태완 김천 상무 감독은 6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와의 K리그2 2라운드 경기 종료 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김천은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후 연고 이전 문제로 인해 2부리그로 떨어졌다. 권경원, 문선민 등 핵심 선수 일부가 빠지기는 했지만 오세훈과 박동진, 이창근 등 1부리그 출신 선수들이 버티는 만만치 않은 팀이다. 올시즌 K리그2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이기도 하다.

쉽지 않은 상대를 맞아 홈팀 서울 이랜드는 맹폭을 퍼부으며 4-0 완승을 거머쥐었다. 지난 개막전서 부산 아이파크를 3-0으로 완파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다득점 승리하며 2연승을 챙겼다.

연승의 제물로 삼은 상대가 부산과 김천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두 팀은 불과 몇 개월 전까지 1부리그인 K리그1 소속이었다. 부산은 리빌딩을 통해 젊은 선수들을 대거 수혈하는 등 스쿼드에 변화가 있었고, 김천도 주력 선수가 모두 출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서울 이랜드가 완승을 거둘 만한 전력을 갖춘 팀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서울 이랜드는 전문가 사이에서 다크호스 정도로 평가받을 뿐 승격 후보로 꼽히지는 않는다.

막상 시즌을 시작하니 서울 이랜드가 초반부터 압도적인 페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영입 효과를 확실하게 보는 모습이다. 정정용 감독이 원했던 투쟁심 있는 스트라이커 베네가스는 이날 2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최대 공신이 됐다. 많은 활동량으로 전방 압박을 수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강력한 몸 싸움으로 공을 거머쥔 후 동료에게 연결하는 능력도 탁월했다. 중앙 미드필더 김선민은 장윤호와 호흡을 맞추며 공수의 연결고리 구실을 확실하게 했다. 비프로일레븐 기록에 따르면 김선민은 82.1%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했고, 경합 6회, 인터셉트 3회, 차단 7회, 획득 9회 등 각 수비 지표에서 상위권에 자리했다. 여기에 이인재가 합류한 스리백 라인의 안정감은 업그레이드 됐다. 골키퍼 김경민도 두 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오른쪽 사이드백 황태현은 공수 밸런스를 갖춘 선수인데 두 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하는 등 알토란 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급 조커로 떠오른 김정환도 두 경기 연속 골을 해냈다. 스피드와 개인기술을 바탕으로 후반에 들어가 상대를 괴롭히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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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레안드로나 장윤호, 이상민 등 공격과 미드필드, 수비에 걸친 핵심 선수들과의 조화도 좋다. 정 감독은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스리백 기반의 포메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익숙한 전술을 그대로 유지, 보수한 만큼 확실히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더해진 모습이다. 선수 변화의 폭이 대단히 크지 않으면서도 부족했던 포지션을 업그레이드한 효과를 시즌 초반부터 빠르게 보고 있다.

서울 이랜드가 2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은 2015년 데뷔 시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정 감독 2년 차에 접어든 서울 이랜드는 다양한 징크스를 깨가면서 승격의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고 정 감독이 2연승의 기운에 심취된 것은 아니다. 정 감독은 “이래도 되나 싶다. 차라리 조금 부족하면 채워가면 좋은데 이렇게 시작이 좋아서 우리가 정말 잘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더 돌아보려고 한다. 고민이 더 많아졌다”라며 방심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좀처럼 빈 틈을 허용하지 않는 만큼 서울 이랜드의 질주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아직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공격수 한의권은 3월 말, 4월 초를 목표로 몸을 만들고 있다. 화력 업그레이드가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수비수 김현훈까지 합류하면 뒷문까지 더 단단해진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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