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현과 환호하는 양의지, 세상을 다 가진듯[포토]
NC포수 양의지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 9회초 마지막 타자 최주환을 잡아내며 시리즈전적 4승2패로 우승을 확정한후 원종현과 환호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돈 많이 받았으니까, 값은 해야죠. 부담은 크지만 한 번 해봐야죠.”

NC 양의지(33)가 이적 2년 만에 팀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친정팀에게 역대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최다 연속이닝 무득점 굴욕을 안기는 비정함으로 자신에게 4년 125억원 잭팟을 안긴 NC에 보은했다. 양의지가 공수에서 기둥 역할을 한 NC는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S 6차전에서 두산을 4-2로 누르고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창단 9년, 1군 입성 7년 만에 감격의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효율적인 투자가 어떤 것인지, 프로야구를 왜 규모의 스포츠로 부르는지 증명한 활약이었다.

[포토] NC \'우승의 검 번쩍\'
NC 선수들이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6차전을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환호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양의지는 KS 6경기에서 홀로 안방을 지켰다.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공 하나로 승부가 갈리는 팽팽한 긴장감을 홀로 버텨냈다. 혼자 너무 고생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돈 많이 받았으니까 밥 값 해야 한다”며 싱긋 웃던 양의지는 “혼자 잘하면 안된다. 팀이 잘돼야 한다. 우리 투수들이 아직은 어리니까, 큰 경기 경험을 쌓으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며 작은 눈을 반짝였다. NC 이동욱 감독의 현란한 투수 교체도 양의지라는 대들보가 있어 가능했다.

2006년 입단해 2018년까지 12년간 몸담은 친정과 치르는 KS는 양의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신인 때부터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신념처럼 여기는 양의지는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도 신념을 지켜냈다. 한 번 더 생각해 허를 찌르는 볼배합을 하기 보다는 투수가 던지는 가장 좋은 공과 타자의 컨디션에 따른 스윙 궤도와 노림수, 타이밍 변화를 보고 안정적인 리드를 했다. 가령 몸쪽에 강한 타자가 등장하면, 굳이 몸쪽을 피하지 않고 승부를 거는 과감함으로 투수 후배들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오히려 양의지가 안방을 지킨다는 것만으로도 두산 타자들이 대단한 압박을 느꼈다.

[포토] NC 양의지, 우리는 강하다!
NC 다이노스 양의지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0으로 앞선 6회 투런 홈런을 쳐낸 뒤 주먹을 불끈 쥐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양의지의 힘은 두산을 25연속이닝 무득점으로 묶어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역대 KS 최다 연속이닝 무실점 신기록으로, 한 해에 기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KS 6경기에서 22타수 7안타(3타점) 타율 0.318를 기록했는데 23일 KS 5차전 5회말 쏘아 올린 2점 홈런은 시리즈 전체 향방을 가르는 결정적 한 방이 됐다.

덕분에 양의지는 기자단 투표 80표 중 36표를 받아 세 경기에 선발과 마무리로 등판해 13이닝 3실점(1자책)으로 1승 1세이브를 따낸 드류 루친스키(33표)를 가까스로 누르고 KS MVP에 올랐다. 2016년 두산 소속으로 NC를 누르고 KS MVP를 차지한 양의지는 4년 만에 유니폼을 바꿔 입고 친정을 상대로 KS MVP에 등극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역대 KS에서 두 차례 MVP를 차지한 선수는 해태 이종범(1993, 1997년) LG 김용수(1990, 1994년), 현대 정민태(1998, 2003년), 삼성 오승환(2005, 2011년)에 이어 양의지가 다섯 번째다. 그러나 두 팀에서 KS MVP를 차지한 것은 양의지가 처음이다.

[포토] NC 양의지, 구창모를 와락...껴안으며!
NC 다이노스 양의지가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0으로 앞선 6회 투런 홈런을 쳐낸 뒤 덕아웃에 돌아와 구창모를 포옹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마지막 타자 최주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마스크를 집어 던지며 마무리 투수 원종현에게 달려나간 양의지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 냈다. 마운드에 둥글게 선 동료들 앞에서 ‘캡틴’ 양의지는 집행검을 뽑아들고 구단의 창단 첫 우승 감격을 만끽했다.

양의지는 “1년 동안 온 국민들이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다. NC 야구가 많은 희망과 기쁨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선수단 대표해서 감사하다. 김택진 구단주, 코칭스태프, 선수단 하나로 되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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