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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애비규환’(최하나 감독) 속 정수정의 모습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20대 당찬 임산부 토일로 분한 정수정은 ‘연기돌’ 이상의 주연배우 존재감을 펼쳤다. 자연스러움을 위해 걸그룹의 숙명이던 다이어트도 내려놓았고,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과 옷차림으로 스크린 앞에 섰다.

정수정은 지난 2009년 걸그룹 에프엑스로 데뷔해 오랜 기간 크리스탈로 사랑받았다. 데뷔 초부터 시트콤, 드라마를 비롯해 꾸준히 연기의 문을 두드린 그는 12일 개봉을 앞둔 ‘애비규환’을 통해 아이돌 크리스탈이 아닌 배우 정수정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자신의 의견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만 예의는 지키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미소 지은 정수정은 인터뷰에도 극중 토일처럼 자신의 생각을 막힘 없지만 유연하게 표현해냈다. 그는 “처음에 임산부 역할 이야기를 듣고 한숨이 나왔다”면서도 “그런데 걱정과 부담이 필요없을 정도로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고민 없이 출연한다고 했다. 주변에서도 걱정했지만 나 역시 편견이었던거 같다. 시나리오를 본 뒤 ‘왜 이걸 못해?’라고 납득이 갔다”고 말했다.

애비규환 정수정2

애비규환 정수정1

극중 토일은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라는 신념 하에 과외 학생이던 호훈(신재휘 분)와의 사랑 이후 임신 5개월차에 가족들에게 공개한다. 정수정은 “나도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는 내가 택하는 편이지만 토일이처럼 자기가 저질러놓은 일을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해서 통보하는건 처음엔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도 일들을 겪으면서 토일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공감이 많이 됐고 보는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토일과 꼭 닮았다. 필모그래피 역시 겹치는 역할이 없다. ‘애비규환’ 뿐 아니라 방영 중인 OCN 드라마 ‘써치’에서는 여군으로 활약 중이다. 그는 “좋게 봐주셔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드라마에서 여군이라는 직업이 잘 없기도 했고 ‘진짜 여군 같다’는 말을 듣고 싶었기에 액션스쿨도 열심히 다니고 운동도 많이 했다. 실제 여군 분들을 만나 말투도 연습했다. 나 뿐 아니라 다같이 더운 날 고생하며 군복 입고 헬맷 쓰고 산에서 뛰어 다니면서 촬영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는데 좋은 반응에 감사하고 앞으로 제대로 된 액션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수정은 끊임없이 도전하며 스스로 한계를 넘어섰다. 이제는 아이돌 크리스탈이 아닌 배우 정수정의 타이틀이 제법 잘 어울린다. 처음부터 덜컥 주연으로 올라선 게 아닌 신인시절 조연부터 한단계 한단계 올라선 덕분이다. 아이돌 출신 배우에게 흔하게 따라 붙는 연기력 논란 한 번 없었다. 정작 본인은 “이제 시작 같다. 첫 연기부터 생각하면 어느덧 10년이 됐는데, 시간에 비해서 많은 작품을 한 것도 아닌거 같고 경험이 있긴한데 충분한 노하우가 생긴 경험이 있는거 같지도 않다”며 “연기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지도 얼마 안됐다.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도 최근이라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 할게 더욱 많다”고 솔직하고 다부지게 말했다.

정수정_에이치앤드제공01

오랜 기간 몸 담아 온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에서 새 출발도 시작했다. 그는 “2000년에 캐스팅 되고 SM에만 20년을 있었다. 내게도 리프레쉬가 필요했고 새로운 가족들과 새롭게 두번째 챕터를 열게 됐다”고 답했다.

무대 위 차가운 이미지와 달리 인터뷰에서 만난 정수정은 똑부러진 청춘이었다. 그 역시 이런 반응이 익숙하다는듯 “다들 실제로 보면 다르다고 한다”며 “(제시카) 언니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언니가 먼저 이 길을 걸었으니 어떤 태도로 임해야하고 열심히 해야 하고 이런걸 많이 이야기해줬다. 언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에프엑스에 대해서도 “자주 연락 한다. 해외에 있는 멤버들도 있어 코로나19로 못본지는 오래지만 휴대폰이 있으니 연락에는 문제가 없다. 당장 가수 활동 계획이 있는건 아니지만 무대 위 희열은 늘 그립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선은 배우로서 성장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인 정수정. 그는 “해보고 싶은게 너무 많다”며 “우선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도 해보고 싶다. 제대로 해본 적이 없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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