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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숲길. 홍대입구역과 와우교 사이 경의선숲길 구간에 경의선책거리를 조성하고, 관련 조형물을 설치했다. 제공|서울관광재단

[스포츠서울 양미정 기자] 선선한 날씨가 반겨주는 요즘, 멀리 떠나지 않아도 서울 도심에서 가을 감성을 북돋는 여행지를 찾는다면 ‘주택가 골목’에 가보는 게 어떨까. 마포구를 가로지르는 ‘경의선숲길’을 중심으로 ‘아현동 고갯길·마포나루길·성미산 동네길·하늘 노을길’까지 마포구 도보 관광코스 5선을 거닐다 보면 산책만으로도 여행 느낌을 받을 것이다.

마포구는 특히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지역이다. 전철역을 중심으로 대표 관광명소가 몰려 있어 구석구석까지 하루 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거리에 코스 관련 이정표가 없으니 걷기 전에 지도 앱에 경유지를 표시해두기를 추천한다.

◇도심 속 힐링 산책 ‘경의선숲길’

경의선 폐철로 구간을 공원화한 경의선숲길은 6.3㎞의 도심 산책길이다. 이 산책로는 효창공원역, 공덕역, 서강대역, 홍대입구역, 가좌역을 지난다. 산책로 바로 옆길에는 근대한옥을 카페와 식당으로 개조한 가게가 많다. 근처 평양냉면 전문점 을밀대에 들러 허기진 배를 채우면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경의선숲길에서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은 연남동 구간이다. 잔디밭과 실개천이 흐르는 이 구역을 ‘연트럴파크’라 부른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연남동의 핫플레이스인 동진시장 골목에 닿는다. 청년들이 주말에 플리마켓을 여는데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시장 안이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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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동 고갯길.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우리슈퍼 옆 계단을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계단 아래 오른쪽 모퉁이에 돼지쌀슈퍼가 있다. 제공|서울관광재단

◇계단 넘어 쉼을 찾아가는 ‘아현동 고갯길’

아현동은 조선 시대 문헌에도 등장하는 오랜 동네다. 현재는 뉴타운 개발을 통해 신축 아파트 대단지가 들어서면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탈바꿈 중이다. 이곳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재개발 전후의 동네 변천사를 엿볼 수 있다. 근처 손기정로와 환일길 일대 골목에는 재개발 전의 과도기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근대한옥이 고층 빌딩에 둘러싸여 있거나, 마을버스가 다니는 비좁은 고갯길 너머에 고속도로 같은 대로가 뻗어 있다.

아현동의 이런 서민적인 풍경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빛을 발했다. 영화 초반부 최우식(기우 역)이 동네 슈퍼에서 박서준(민혁 역)을 만난 장면과 중반부 박소담(기정 역)이 복숭아를 사 들고 박 사장 집으로 향하던 장면을 아현동 고갯길에서 촬영했다. 영화 속 ‘우리슈퍼’는 실제로는 ‘돼지쌀슈퍼’이며 박소담이 걸어 올라갔던 계단은 슈퍼 바로 옆 골목이다.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으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이곳을 성지처럼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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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길. 마포 사거리의 토정 이지함 동상 맞은편에 굶주린 백성에게 소금을 나눠주는 토정의 구휼 활동을 재현한 청동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제공|서울관광재단

◇먹거리 가득한 ‘마포나루길’

마포나루길은 조선 시대 한강을 주름잡던 마포나루와 이 일대에 살았던 당시 인물들의 자취를 더듬어 걷는 길이다. 옛 마포나루터를 찾아보고, 흥선대원군과 토정 이지함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장통 노포에서 식도락을 즐기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마포와 소금은 깊은 연관이 있다. 옛날 삼개포구로 불렸던 마포나루는 조선 후기에 들어 해상무역의 중심지가 됐다. 서해안에서 생산된 소금과 젓갈이 주로 마포 주변에서 거래됐다. 마포나루터의 번성했던 상권이 마포갈비 골목을 비롯한 음식문화거리로 이어졌다. 옛날 뱃사람과 상인들이 고기를 숯불에 구워 먹던 것이 마포갈비의 유래가 된 것. 20~30년 전부터는 서비스 고기였던 갈매기살을 파는 고깃집이 많아져 마포갈매기 골목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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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 동네길.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가지런히 도열해 있는 성산동 거리 풍경. 최규하 전 대통령 가옥에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다. 제공|서울관광재단

◇나지막한 동네산책길 ‘성미산 동네길’

성산동의 지명은 산이 성처럼 둘렀다는 뜻을 지닌 성미산에서 유래됐다. 성미산 바로 아래에는 마포중앙도서관이 있으며,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서울의 3대 빵집으로 불리는 리치몬드 제과점 등이 있다. 성산동에서 서교동으로 넘어가면 최규하 전 대통령이 2006년 서거할 때까지 약 30여 년 동안 거주했던 단독주택이 있다.

망원역으로 가는 길에는 K팝 아티스트와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비트로드가 있다. 근처 망리단길에는 식당, 카페, 생활용품점, 책방, 액세서리 숍, 빈티지 편집숍 등이 소박하게 즐비해 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트렌디한 카페와 식당 외에도 주민 맛집이 많다.

제공|서울관광재단
하늘 노을길. 노을공원 매점 2층 노을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일몰 풍경. 제공|서울관광재단

◇하늘과 석양이 아름다운 ‘하늘 노을길’

가끔 도심을 벗어나고 싶다면 한강 변에 자리한 월드컵공원을 추천한다. 오후에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월드컵공원을 한 바퀴 도는 트레킹 코스에 도전해 보자. 도심 속 공원인데도 교외로 나들이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걷거나 가벼운 산책을 원한다면 하늘공원 아래 메타세쿼이아 숲길과 난지천공원에 들러보자. 녹음이 우거진 구간이므로 더위가 가시지 않은 초가을에 걷기 좋다. 제법 운치 있어 포토존으로도 소문났다. 하늘공원은 현재 아름다운 억새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해 질 녘 전망데크에 서서 화려한 서울 도심을 굽어보노라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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