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전북 현대 김진수.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K리그1 4연패를 노리는 전북 현대가 계약 기간이 단 4개월 남은 ‘국가대표 풀백’ 김진수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 알 나스르의 거액 이적 제안을 거절했다.

K리그 이적 시장과 전북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22일 “전북이 김진수의 알 나스르 이적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올 시즌 울산 현대와 치열하게 우승 경쟁 중인 전북으로서는 김진수가 빠질 경우 공백이 크다고 판단했고, 잔류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만 전북이 김진수에게 잔류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K리그1 리딩 클럽답지 않은 미온적 자세로 일관해 갈등 양상을 띠고 있다. 김진수는 현재 K리그1에서 14억 원의 연봉을 수령하며 국내 선수 ‘연봉 킹’이다. 지난 2017년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을 떠나 전북 유니폼을 입으며 K리그에 발을 내디딘 김진수는 붙박이 주전 풀백으로 뛰며 전북의 리그 3연패를 견인했다. 김진수의 기량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전북은 지난 2개월 전부터 김진수와 재계약을 두고 논의했는데,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모기업 사정을 강조하며 기존 연봉에 못 미치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국내 타 구단 뿐 아니라 중동에서 ‘김진수 모셔가기’에 나섰다. 그중 가장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게 알 나스르다. 알 나스르는 김진수에게 기존 연봉 3배에 달하는 금액 뿐 아니라 계약 기간 종료를 앞둔 전북에 거액 이적료를 꺼내 들었다. 전북으로서는 김진수와 계약 만료를 앞두고 거액을 거머쥘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전북 구단은 이적료를 포기하고 김진수를 잡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리그 선두 울산을 추격하는 상황에서 김진수를 대체할 자원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애초 대체자로 염두에 뒀던 홍철이 올여름 경쟁팀 울산으로 적을 옮기면서 김진수의 존재 가치는 더 커졌다. 현재 이주용이 스쿼드에 있고, 베테랑 최철순도 대체 구실을 할 수 있으나 김진수의 무게감은 크다.

김진수도 제2 전성기를 열어준 전북에 대한 애정이 크다. 잔류할 의지도 있다. 다만 프로는 어디까지나 연봉이 선수 가치를 대변한다. 김진수는 내년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다. 축구 선수로 전성기를 누리는 나이를 고려하면 알 나스르가 제시한 거액 연봉을 쉽게 뿌리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즉 전북이 알 나스르가 제안한 기존 연봉 3배는 아니더라도 김진수의 가치를 인정할 만한 수준의 새로운 제안을 해야 한다. 이를 두고 김진수도 최근 에이전트와 함께 백승권 단장, 허병길 대표이사와 각각 미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전북은 묵묵부답이다.

전북은 우승 경쟁에 앞서 K리그를 대표하는 빅클럽이자 리딩 클럽이다. 특히 국내에서 보기 드물 게 선수 의욕을 깨우는 ‘이적 선순환’ 구조로 타 구단의 본보기가 돼 왔다. 김진수에 앞서 김기희와 에두, 이재성, 김신욱 등 공·수 핵심 선수에 대한 시즌 중 해외 클럽 이적 제안을 받아들인 적이 있다. 모두 선수에게 거부할 수 없는 가치를 매겼고, 선수도 새 도전을 원했다. 전북은 팀을 떠난 선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들을 통해 얻은 거액 이적료 수익으로 재투자를 통해 또다른 스타를 배출해내며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번 김진수와는 이례적으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북이 김진수를 잡을 명분은 연봉 3배를 제안받은 그의 가치를 상회하는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다.

한편, 올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에 나서는 알 나스르는 선수 등록 마감일인 오는 30일까지 김진수의 이적 타진을 그리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