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범
‘2020 KBO 신인 드래프트’가 지난해 8월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2차 지명 1라운드에서 NC에 지명된 덕수고 정구범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thunder@sportsseoul.com

[문학=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입단 직후 몸무게가 60㎏대였다. 하지만 공을 던지는 능력은 분명 뛰어나다. 계획대로 갈 것이다.”

NC가 특급 신예 정구범(20) 프로젝트 시동을 걸었다. 올해 입단 후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았고 퓨처스리그 경기 등판도 전무했지만 마침내 오는 12일부터 실전에 나선다. NC 이동욱 감독 또한 정구범을 향한 기대를 숨기지 않으면서도 천천히 지켜볼 것을 강조했다. 시즌 후반 정구범의 1군 합류도 머릿속에 넣어둔 이 감독이다.

이 감독은 지난 9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정구범의 근황에 대한 질문에 “이제 실전에 나간다. 일요일에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해 투구수 25개 정도 소화할 예정이다. 우리 구단도 그렇고 나 또한 기대를 많이 하는 신인투수”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아직 직접 투구하는 모습은 못 봤다. 고등학교 때와 2군 불펜피칭, 라이브 피칭 모두 영상으로만 봤다. 2군 리포트를 보면 분당 회전수(RPM)가 2500대가 나온다고 한다. 물론 회전수가 전부는 아니다. 그래도 왼손 RPM 2500은 처음 본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기대를 안 할 수 없다. 이 감독의 말대로 왼손투수 패스트볼 RPM 2500은 KBO리그 최고 수준이다. 물론 RPM이 구위를 정확히 정의하는 수치는 아니다. RPM 또한 여러가지 참고 자료 중 하나다. 그래도 이정도로 높은 회전수는 타고나지 않으면 나오기 힘들다. 왼손투수 중 특급 구위로 평가받는 삼성 노성호는 패스트볼 평균 RPM 2400대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냥 RPM으로 단정지을 투수도 아니다. 정구범은 지난해 드래프트에 참가한 왼손투수 중 최고로 평가받았다. 과거 미국 유학 경험으로 서울권 1차 지명 대상자에서 제외됐는데 덕분에 2차 1순위 지명권을 보유한 NC가 정구범을 데려올 수 있었다. 만일 정구범이 1차 지명 대상자로 분류됐다면 이민호(LG), 박주홍(키움)에 이어 두산에 지명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NC 또한 행운이었다. 1군 무대 2년차였던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NC는 2018년 최하위로 떨어졌다. 김경문 전 감독이 경질되는 등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지만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얻었다. NC는 지난해 9월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일찌감치 정구범을 낙점했다. 그리고 올해 1월 정구범이 NC 유니폼을 입은 후에는 신체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차분히 정구범을 육성하기로 다짐했다. 이 감독은 “입단 직후 몸무게가 60㎏대였다. 하지만 공을 던지는 능력은 분명 뛰어나다. 처음에 세운 계획대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NC는 에이스로 발돋음한 구창모를 육성할 때도 안전운행을 선택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 2차 전체 3순위로 지명됐던 구창모는 프로 첫 해에는 경기보다는 프로 투수로서 필요한 근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정구범 또한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됐고 창원에서 어깨·팔꿈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프로선수가 되기 위한 몸부터 만드는 데 집중했다. 구창모와 정구범은 프로필상 키 183㎝로 신장이 동일하다.

이제 시작이지만 최종 목표는 분명하다. 이 감독은 “퓨처스리그 모습을 꾸준히 보겠다. 퍼포먼스가 어떤지, 투구수는 어떻게 늘리고 있는지 확인한 후 상황이 맞는다면 충분히 1군에 올릴 수 있다. 장점이 많은 투수인 만큼 퓨처스리그에서 정상적으로 과정을 거치면서 1군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정구범도 이민호, 소형준, 허윤동, 김지찬 처럼 신인 열풍에 가세하는 청사진을 그렸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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