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말 짜릿한 역전3점포\' 이정후[포토]
키움 이정후. 사진 | 스포츠서울 DB

[고척=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병살만 치지 말자.”

‘야구 천재’ 이정후(22·키움)에게도 고민은 있다. 최근 자꾸 나오는 병살타 때문이다. 이정후는 8일 현재 올 시즌 병살타 8개를 쳤다. 프로 데뷔 이래 최다 기록을 쓴 건 지난해(15개)였는데, 아직 시즌 반환점도 돌지 않았으니 페이스는 올해가 더 빠르다. 5월까지 1개에 그쳤으나 6월 5개로 늘어났고, 이달 들어 2개를 추가했다. 이정후는 “요새 병살타가 많다. 나도 모르게 ‘병살만 치지 말자’는 생각에 지배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타석에 들어가니 더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사실 병살타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올 시즌 이정후가 타구 스피드를 늘리는 방향으로 타격 메커니즘에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장타력도 향상됐다. 56경기째에 시즌 9호포를 터뜨리며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장타율 0.609로 지난해 시즌 기록(0.456)보다 0.153이나 높다. 리그로 확대해봐도 KT 멜 로하스 주니어(0.707), LG 로베르토 라모스(0.624)에 이어 전체 3위를 달리고 있다.

키움 손혁 감독은 ‘강한 걸 더 강하게’라는 운영 철학을 가진 지도자다. 장타자 변신에 성공한 이정후가 현재의 퍼포먼스를 유지한다면 병살타 세금은 충분히 낼 의향이 있다. 팀 내 누구도 이정후의 병살타에 대해 타박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정후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팬들이 보기에 내가 답답하시겠지만, 나도 내가 답답하다. 병살타를 최대한 안 치게 노력하겠다”고 새 목표를 설정했다.

올해 이정후는 말하는 대로 모두 이루고 있다. 타구 스피드를 늘리겠다는 비시즌 목표는 지난해 대비 약 5㎞ 늘어난 올해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개막 직전엔 “원래 추위를 싫어해서 추울 때는 못하는 편이다. 지난해도 그랬다. 올해는 휴식기가 없어서 후반기 반등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시즌 초반이 중요한 만큼 출발과 동시에 치고 나가겠다”며 ‘초반 스퍼트’를 1차 목표로 내세웠다. 그 결과 개막 첫 달 24경기 타율 0.359 4홈런 19타점 14득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타율 0.265 1홈런 11타점 12득점)보다 훨씬 좋은 성적표를 써내며 제 말을 그대로 실현했다.

이미 올 시즌 두 가지 목표를 초과 달성한 이정후는 이제 세번째 도전에 나선다. 한다면 하는 이정후가 병살타까지 줄일 수 있을까. 완벽을 꿈꾸는 그의 욕심엔 끝이 없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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