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지배한 경주시청 철인3종팀 'A 공화국' 미스테리
    • 입력2020-07-06 06:16
    • 수정2020-07-06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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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故) 최숙현을 죽음으로 내몬 건 ‘악마’였다.

고인의 비보가 전해진 뒤로 경주시청 감독, 팀 닥터로 불린 운동처방사, 선수 2명 등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그중에서도 고인을 가장 괴롭혔던 인물은 팀 선배 A였다. 체육계 사정에 밝은 복수 관계자는 5일 “각종 국제대회에서 빼어난 성적을 올린 A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미 알려진 얘기이지만, 선수 한 명이 감독을 포함한 소속팀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죄책감없이 자행하고 있다는 게 여러 증언으로 확인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트라이애슬론계에서는 그가 속한 경주시청을 ‘A 공화국’으로 부른다. 모 팀 감독은 “A가 팀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선수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잘하는 사람 위주로 팀이 움직이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그 선수가 자신에게 쏠린 혜택을 악용한 탓에 문제가 발생했다. 본인 덕분에 후배들이 먹고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식 이하의 행동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A 공화국’을 경험한 피해 선수들은 모두 그 이름만 들어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학을 뗀다. 한 관계자는 “에이스는 자신에게 쏠리는 스포트라이트를 제어하고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A는 본인의 지위를 개인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외박을 주는 것도 A의 승인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심지어 폭행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감독이 제어하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후배들에게 마음에 안 드는 선수를 때리라고 지시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팀 선수 중에서도 소위 ‘손봐줘야 할 선수’라고 찍으면 경주시청으로 영입해 괴롭히기도 했다. A를 제외한 선수들은 심적으로 힘들어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럴 때마다 경주시청 감독은 선수들의 부진한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했다. 철저히 격리된 상태로 생활하다보니 외부에 비친 경주시청팀은 매년 좋은 성적을 내는 팀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감독과 선수가 주도한 공포 분위기에 소속 선수들은 내부 고발자로 나서기도 힘든 심리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 A 관계자는 “성적이 나오니 감독이 잘못된 방식으로 선수들을 이끌어도 외부에서 간섭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선수 한 명이 잘못된 방식으로 팀을 지배하는데 어른들이 놀아난 꼴”이라고 꼬집었다.

선수 한 명의 안하무인격 행동을 감독이 가로막지 못한 것은 경주시청 철인3종경기 팀의 구조적 병폐 때문이다. A의 활약에 따라 감독의 연봉과 훈련비가 책정되다보니 감독도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주변 증언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감독이 선수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팀 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만큼 감독과 금전 관계로 얽혀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A가 감독에게 8000만원 상당의 고급 차량을 사줬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팀 간판선수인 A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메달을 따올 만큼 출중한 실력을 갖고 있다.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도 개인전 최소 5개 이상 금메달을 따는 등 경주시의 호성적에 견인차 구실을 했다. 때문에 정체불명의 ‘팀 닥터’가 팀에 합류한 이유도 A의 입김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팀 닥터는 운동처방사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A의 개인 마사지사에 불과했지만 선수들의 사비를 모아 급여를 받았다. 일부 선수들이 무자격자인 팀 닥터에게 근육통 치료 등 처방을 받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팀 닥터는 체질개선제로 불리는 의문의 약을 강매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초기부터 지켜본 한 관계자는 “故 최숙현이 손을 내밀었을 때 한 명이라도 잡아줬더라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절대 에이스’ 한 명에게 팀 전체가 휘둘려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의 진상조사가 더욱 엄중하고 냉정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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