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희 퇴장
울산 현대 김기희가 전북 현대와 2020시즌 K리그1 9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무리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은 뒤 쓸쓸하게 퇴장하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패배보다 더 아팠던 건 오해의 흔적이다.

“이제 리그에서 한 경기 졌을 뿐”이라며 ‘현대가 더비’ 패배 후유증을 털어내기를 바란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으로서는 더욱 더 마음 아플 법하다. 울산은 지난 2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끝난 2020시즌 K리그1 전북 현대와 라이벌전에서 0-2 완패하며 시즌 첫 패배(6승2무1패·승점 20)를 당했다. 스타 선수 싹쓸이 영입 효과를 보며 승승장구한 울산은 ‘절대 1강’으로 불린 전북을 상대로 이번 만큼은 설욕을 다짐했지만 또다시 고개를 떨어뜨렸다.

울산 입장에서는 경기 전 워밍업을 하다가 이상징후를 느껴 선발에서 빠진 주장 신진호의 공백, 전반 초반 과격한 태클로 퇴장당한 김기희 변수 등 여러 악재가 따른 게 사실이나 패배를 정당화할 순 없다. 진정한 강팀은 변수를 다룰 줄 알아야 하고 플랜B, C가 명확해야 한다. 특히 우승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전북을 상대하려면 더욱 더 치밀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울산은 패배 이상의 교훈을 얻을 만하다.

하지만 경기 태도나 정신에 대한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있더라도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 울산은 이 날 경기에서 빅클럽을 상대로 한 ‘위닝 멘털리티’ 실종과 더불어 태업 논란까지 불거졌다. 우선 급작스럽게 워밍업을 하다가 주저앉은 신진호를 두고 전날 불거진 이적설을 언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 언론이 강원 한국영과 울산 신진호가 맞트레이드한다는 기사를 내놨는데, 신진호가 뜻밖에 보도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게 아니냐는 얘기였다. 울산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신진호도 오로지 전북전만 신경 썼다. 그저 경기 당일 어지럼증과 가슴 답답함을 느꼈을 뿐”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기희의 퇴장 장면도 그랬다. 워낙 중요한 경기여서 승리욕이 컸고, 친정팀 전북을 상대로 자신의 건재함을 입증하고픈 마음에서 나온 동작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태클 장면만 놓고 보면 공이 빠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양발로 태클이 들어갔다.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상대는 지난해까지 울산에서 뛰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김보경이었다. 김도훈 감독은 “너무 잘하려다 보니까 발생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울산 관계자도 “김기희는 심성이 착한 선수다. 경기 직후 김보경에게 직접 사과도 했다”면서 또다시 해명하기 바빴다.

후반 추가 시간 나온 전북 쿠니모토의 추가골 상황을 두고서도 울산 팬의 시선을 곱지 않다. 쿠니모토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마치 상대 선수를 가지고 놀듯 드리블한 뒤 문전으로 질주,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쿠니모토를 최초 저지하던 몇몇 선수가 돌파를 허용하고서도 뒤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크게 질타를 받았다.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해당 영상 댓글을 보면 ‘너무 쉽게 경기를 포기하는 게 아니냐’, ‘이 정도면 태업 수준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후반 추가 시간이었기에 체력적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고, 중계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현장에서 공간은 커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을 수도 있다. 진실은 오로지 플레이를 한 선수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비난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15년 만에 정상을 그리는 울산으로서는 안이하게 보이는 플레이조차 허용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그게 경쟁자인 전북과 맞대결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kyi0486@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