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감독 현장 스틸(1)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인터뷰①에 이어)신원호 감독은 매 작품마다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왔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감빵생활’ 모두 비껴가지 않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에서도 전미도라는 뮤지컬 스타를 드라마로 데려와 ‘믿고 보는 신원호픽’을 입증했다.

이제는 전미도 아닌 채송화 선생님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선구안 가득한 캐스팅은 어디서 시작되는걸까. 신원호 감독은 “매번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을 결정하는 방식은 늘 똑같다. 저와 이우정 작가가 더 이상 젊지 않으니까(웃음) 젊은 작가나 피디들한테 요즘 누가 괜찮은지, 어떤 공연이나 연극을 보는지 물어본다”고 운을 뗐다.

이어서 그는 “그렇게 추천받은 배우들, 혹은 직접 공연이나 연극에서 본 배우들, 미팅을 요청해서 만나는 배우들, 캐스팅 디렉터를 통해 알게 된 배우들 등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배우들을 만나본다”며 “오디션을 보면서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어떤 캐릭터에 어울릴지 고민한 뒤 거기에 걸맞는 연기력을 갖췄는지를 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열의가 있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다른 연기자와 스탭들과 잘 섞일 수 있을지를 본다”고 강조했다.

신원호 감독 현장 스틸(5)

배우들 역시 신원호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 속에 ‘슬의생’에 합류했다. 조정석이 대본도 보기 전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점은 이제는 빼 놓을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다. 신 감독도 ‘99즈(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에 대한 무한 애정을 밝혔다.

신 감독은 “배우들이 화면 밖에서도 다 친하게 지냈는데 그런 케미가 드라마에도 녹아든거 같다”며 5명과의 작업기를 밝혔다. 이어서 “조정석은 못 보던 유형의 배우다. 뭐랄까, 늘 놀랍다. 연출로서 이 부분은 아무리 새롭게 하려고 해도 뻔하게 나오겠다라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있는데, 그런 순간 예상 밖의 뉘앙스와 톤을 던지는 배우다. 심지어 같은 대사들도 컷마다 달랐다. 저는 그게 너무 좋았다. 표정과 몸짓이 프리한 친구다 보니,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를 얻어내는 게 너무 좋았다”며 “‘이런 걸 이렇게도 할 수 있네’라고 깨닫게 해준 친구다. 저의 정형화된 사고방식을 반성하게 해준 친구기도 하다. 연기한 지 오래됐는데도 매번 다르게 보일 수 있구나를 보여준,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다”고 극찬했다.

이어서 “유연석의 스윗한 면모, 그가 갖고 있는 다정다감함, 아이를 정말 좋아하는 부분들이 연기로 한 번 나와주면 정말 찰떡같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캐릭터를 한 번도 안 해봤지만 유연석이라면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고, 유연석도 해보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안정원은 따뜻하고 참 잘 자란 바른 청년이지만, 단호할 땐 단호하고 예민할 땐 예민하다. 그런 여러 국면을 유연석이 잘 표현해줘서 고마웠다”며 “게다가 소아환자들이 모두 어리다보니 현장에서 통제가 어려운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그때마다 참 따뜻하게 아이들과 교감해가며 연기를 끌어내주는 게 참 예뻤다. 다섯명이 모인 현장에서도 ‘99즈’중 실제 막내이면서도 묘한 추진력을 주는 역할을 해주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으로 인생캐릭터를 만난 정경호에 대해서는 “정말 스윗하고 다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친구다. 연기자이기 때문에 실제 성격과 캐릭터가 달라도 상관없다는 걸 알면서도, 정경호와 김준완은 전혀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정말 실제 성격과 극과 극의 캐릭터인데도 잘 해줘서 참 프로페셔널하구나 느꼈다”며 “특히 평소에는 정경호지만, 멜로씬만 찍으면 특별한 기술을 쓰는 것도 아닌데 희한하게 다른 느낌이 들더라. 우리 드라마의 멜로 스타터였고, 짧은 씬 안에서 멜로를 보여줘야 했음에도 잘 표현해줬다. 멜로에 최적화된 배우다. 덧붙여 주변 사람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는 정경호의 그 힘이 다섯 명을 끈끈하게 엮었다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이 정경호라는 배우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신원호 감독 현장 스틸(6)

김대명과 전미도에 대한 애정도 밝혔다. 그는 “김대명은 제일 먼저 캐스팅한 배우다. 왠지 양석형 같은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을 것 같지만, 한 적이 없더라. 그래서 더욱 잘 됐다 싶어 캐스팅했다. 양석형이라는 캐릭터가 처음에는 마마보이처럼 보여야 하고, 소심하다.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정형화돼 보일 수 있는데, 무대에 잔뼈가 굵고 다양한 연기를 해왔기 때문인지 풍부한 연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 친구는 늘 진심이다. 그 순수함이 양석형을 애정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로 만들어주었다. 덧붙여 김대명은 양석형 역을 맡고,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는 게 진심으로 행복했던 것 같다”며 “술 한잔하며 행복하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그게 그때마다 묘하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행복하게 일하는 김대명의 진심이 다섯명의 분위기 뿐만 아니라 현장 전체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몽글몽글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늘 진심인 친구라 그런지 그 친구가 행복해하는 모습은 이상하게 감동스럽다. 연출자 입장에선 내가 만들어놓은 환경과 크루를 행복해하고, 이를 표현해주는 것이 참 고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미도는 현장에서도 초반에 캐릭터에 대한 밸런스를 잡아준 것 말고는 특별히 디렉션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무대에서 최고로 인정받아온 연기자에게 연기하는 공간이 바뀌는 것 쯤은 별 의미가 없는 듯 보였다. 놀라운 건 이미 잘하면서도 노력한다. 전미도는 정말 모범생 같다. 이를테면 베이스를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 ‘캐논’을 해낸 것도 놀랍지만,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 그 어려운 슬랩을 해내는 순간, ‘너는 정말 모범생 같다’라고 칭찬할 수 밖에 없었다”며 “베이스 선생님도 초보가 할 수 있는 진도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해냈다. 악기 연주도, 교회에서 춤추는 씬도 너무 완벽하게 해냈다. 하지만 모범생이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게 틀에 박혀있지도 않아 늘 예상치 못한 연기를 던져준다. 깜짝깜짝 놀랄만큼 영리하다. 정말 든든하면서도 똑똑한 큰딸 같은 느낌이다”고 만족했다.

신원호 감독도 배우들과 제작진의 최적의 근로환경을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근무시간을 맞춰주는 것은 물론 주1회 편성으로 시간적 여유도 갖췄다. 신 감독은 “(물론 스태프들은 여전히 고생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경우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스태프 협의체를 구성,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 사전에 협의한 근무시간을 준수했고 산업 안전 등에 대한 오프라인 집합 교육도 진행했다. 이렇게 사전 협의를 하고 진행하니깐 저 역시 떳떳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며 “악기라고는 다뤄본 적도 없던 연기자들에게 그렇게 여유있는 연습시간이 주어질 수 있었던 것도 주1회 방송이라는 형식이 준 여유 덕분이었다. 물론 여전히 고생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하다. 시청자들도 외국 드라마를 많이 접하시면서 주 1회, 시즌제에 많이 친숙해졌다. 예전같으면 우려먹는다는 반응이 있을 법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이 사람들을 내년에 또 보고 싶다, 이 이야기를 기꺼이 계속 보고 싶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 시청자는 물론이고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이번을 통해 그 다짐을 조금이라도 실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주 1회 방송이라는 편성도, 명확한 기승전결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구성적인 면도 저희에게는 큰 도전이었는데, 많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다. 보통 많이 활용되는 드라마 형식(16부작, 20부작 등)이 아닌 주 1회나 시즌제로 갈 수 있는 드라마가 성공해서, ‘뉴 노멀’이 되었으면 한다. 물론 모든 제작사나 방송사가 주 1회 방송이나 시즌제, 사전제작 등의 풍토가 자리잡기엔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다. 결국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 5분물, 30분물, 120분물 등 런닝타임의 변화나 3부작, 6부작 등 제작편수의 변화 같이 드라마 형식이 다양화 되고, 이와 함께 플랫폼들이 확장되면서 정말 수많은 형태의 개성넘치는 작품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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