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황추생
홍콩배우 황추생. 출처|빈과일보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진보적 발언을 해오다 중국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홍콩 유명 영화배우가 대만 이민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점점 격화되는 홍콩 민주화시위 속에 암울한 풍경이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유덕화 양조위 주연의 홍콩영화 ‘무간도(2003)’에 출연했던 연기파 배우 황추생(58·黃秋生 영어이름 앤서니 윙)이 “대만 이민을 준비 중이다”라고 밝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홍콩신문 빈과일보는 14일 “홍콩의 대표배우 앤서니 웡이 지난 1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재 대만에 있으며 14일간의 자가 격리 중’이라는 글을 올린 가운데, 한 네티즌이 ‘대만 국적을 취득하세요’라는 댓글에 ‘준비 중’이라고 답해 논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앤서니 웡은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이어졌던 민주화시위 ‘우산혁명’ 당시 시위 지지와 홍콩 경찰의 폭력에 반대하는 발언을 했던 진보적인 인물이다. 이후 윙은 중국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윙은 여러 달 전부터 대만에 올 계획을 세웠고, 대만 입경을 위해 정식으로 비자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기구인 대륙위원회는 앤서니 웡의 이번 대만 입경은 대만 공공TV(PTS)의 작품 촬영 때문이라고 밝혔다.

배우 황추생
영화 ‘무간도’에 출연한 배우 황추생. 출처|영화스틸

대만 문화부는 홍콩·마카오인의 대만 내 체류 및 이민 관련 법률 제16조 1항에 따라 앤서니 웡이 영화 분야의 전문성과 영화적 성과를 토대로 내정부 산하 이민서에 이민을 신청하면 후속 처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홍콩·마카오인의 대만 내 체류 및 이민 관련 법규에 따르면 신청 홍콩인의 직계가족 혹은 배우자가 대만 내 호적있거나 전문적인 기술이나 자격을 보유하고 홍콩 정부의 개업증서를 취득한 경우, 600만 대만달러(약 2억4000만원) 이상 대만에 투자한 경우 등 16가지에 해당하면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홍콩의 또 다른 신문 자유시보는 이민서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와 올해 1~3월 홍콩인의 대만 체류 허가는 각각 5858명과 1957명이며, 같은 시기 홍콩인의 대만 이민 허가는 각각 1474명과 369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964년 영화 ‘천지현문’으로 데뷔한 윙은 ‘지존무상’ ‘천장지구’ ‘천방지축’ ‘말할 수 없는 비밀’ ‘미이라3’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해온 현역 배우다.

지난해 제38회 홍콩금장상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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