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국_잠실
박치국.  잠실 | 이지은기자 number23togo@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하나도 안 아픈 것도 불안해요.”

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치국(22·두산)은 연신 “불안하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이 시기 어깨가 아팠는데 올해는 너무 건강한 것도 불안하고, 현재 이 컨디션이 어떻게 조절이 안 되는 것도 불안하단다. 자기 자리가 없는데 또래 투수들이 잘하는 것도 또 불안했다. 질문을 받는 족족 불안한(?) 답변이 나오자 취재진 사이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이를 뒤늦게 자각한 박치국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경기가 너무 하고 싶다. 시즌이 시작해서 뭐라도 해보고 싶다. 몸이 간질거린다”며 온몸을 배배 꼬았다.

당초 지난달 28일 예정이었던 KBO리그 개막일이 연거푸 밀리고 있다. 현재로써는 4월 말 개막하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더 연기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팀 내 투수진 최선참인 이현승(37)조차 “야구하면서 이렇게 쉰 적이 처음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다”고 하는데, 이 기약 없는 개막이 4년 차 신예에게 더 걱정인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박치국은 “올해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열심히 준비했다. 그러나 캠프를 계속 하는 느낌이어서 지치는 게 사실”이라며 “선배들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조언을 구할 수도 없다. 체력이 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위주로 열심히 하고는 있다”고 울상을 지었다.

형들은 동생을 강하게 키우고 있다. 청백전에서도 맹렬한 타선을 마주하면 다른 팀을 만나는 긴장감에 못지않다. 박치국은 “우리 팀 타자 선배들이 워낙 좋지 않나. 지난번에는 등판해서 바로 3~5번을 상대하게 됐는데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서 들어갔다. 자신감만 떨어지는 것 같다”며 앓는 소리를 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면 형들한테 내 공이 어땠는지 직접 물어본다. 사실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며 이내 씩씩한 목소리를 냈다.

박치국은 모든 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나름 대처법을 찾아가고 있다. 훈련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 또래 선수들과 온라인에서 다시 만난다. “리그에 피해줄 수 없으니 집에서 게임만 하게 된다”는 게 변론이다. 요리를 못해서 저녁은 대부분 배달 음식을 먹지만, 그 와중에도 건강을 생각해 샐러드를 주문하고 있다. 8㎏ 감량한 몸무게는 문제없이 유지하고 있다. “개막이 또 미뤄지면 또 거기에 맞춰서 몸을 만들어야 한다”던 박치국은 “지난해 너무 힘으로만 하려 했던 게 아쉬웠다. 올해는 컨트롤과 코너 워크에 신경쓰겠다”고 각오했다.

number23tog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