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전성기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본캐’에 이어 ‘부캐’까지, 예능가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들어 예능에서는 부쩍 ‘본캐(본캐릭터)’, ‘부캐(부캐릭터)’ 등 생소한 단어들이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본래 게임 용어지만 예능을 중심으로 ‘부캐’를 장착한 스타들이 늘어나면서 꽤나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해부터 EBS의 펭수를 시작으로 ‘부캐’ 전성기가 시작됐다. 펭수는 10살다운(?) 솔직한 입담으로 어른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펭수의 정체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펭수 역시 누군가가 만든 ‘부캐’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또 유재석의 트로트 도전으로 탄생한 ‘유산슬’도 대표적인 ‘부캐’다. 실제로 발매된 음원 역시 유재석이 아닌 유산슬로 활동했고, 그 결과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한 시상식에서 ‘본캐’ 유재석으로는 대상후보에, ‘부캐’ 유산슬로는 신인상에 동시에 오르는 겹경사를 맞았다.

유재석은 ‘무한도전’의 아이콘답게 유산슬 뿐 아니라 이후로도 ‘유고스타’, ‘라섹’, ‘유르페우스’ 등 끝 없는 ‘부캐’ 생성으로 ‘유느님’을 뛰어 넘는 제2의 전성기를 맛보고 있다. ‘부캐’는 연예대상에 빛나는 박나래도 탐내고 있다. 이미 박나래 그 자체만으로도 인정받았지만 ‘조지나’로 새 장을 열었다. 박나래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처음 한혜진, 화사와 함께한 생일파티에서 안동조씨 ‘조지나’를 선보여 큰 웃음을 선사했다.

앞서 박나래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조지나’를 밀고 싶은데, ‘나 혼자 산다’는 리얼예능이다보니 쉽지 않다. 그래도 탐난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그의 꿈이 실현됐을까, 이번주 방송될 ‘나 혼자 산다’에서는 오랜만에 ‘조지나’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조지나의 플리마켓을 열었다고 해 기대감을 높인다.

유재석, 박나래 등 이미 최고의 스타들 뿐 아니라 긴 세월동안 무명이었던 이에게도 ‘부캐’는 빛을 보게 하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2002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추대엽이 그 주인공. 추대엽은 ‘카피추’로 데뷔 후 가장 큰 조명을 받고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멜로디에 신박한 가사까지 더해져 ‘카피추’가 탄생했다. 소망하던 MBC ‘라디오스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연이어 출연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사실 추대엽은 과거에도 정엽을 패러디한 천엽, 김태원을 패러디한 추태원 등 음악개그를 꾸준히 밀어 왔는데, 이제서야 드디어 전성기를 맞은 것.

이처럼 수많은 예능 스타들이 ‘부캐’를 통해 감춰뒀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특히 더욱 사람들이 ‘부캐’에 열광하는 건 전혀 다른 캐릭터이면서도 결국은 그 속에 ‘본캐’의 감성이나 성정이 담겨 더욱 친근하고 눈길이 간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부캐’는 ‘본캐’보다 더욱 캐릭터화 된 덕분에 예능에서도 적합하다는 평이다. 그러나 ‘부캐’의 성공에 대해 마냥 장점만 있지는 않다. 오히려 ‘본캐’를 넘어서는 ‘부캐’가 또 다시 넘어야 할 과제가 되기도 하기 때문. 한 관계자는 “예능에서 새로운 트렌드들이 일어나는 건 시청자로서는 즐거운 일”이라며 “그러나 ‘부캐’의 뜨거운 열기에만 취해서는 안된다.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롱런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 볼 문제다. 리얼을 추구하는 예능판에서 ‘부캐’의 유효성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크다”고 귀띔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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