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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심은경이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영화 ‘신문기자’로 한국배우 최초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출처|Garrett Shaw 영상캡처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말을 잇지도 못할만큼 북받쳤던 심은경의 눈물이 일본 열도를 적셨다.

일본의 영화평론가는 물론이고 영화팬들도 한 목소리로 “정말 아름다운 눈물에 덩달아 울었다. 감동받았고 축하합니다”라며 박수를 보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정면충돌하며 냉랭하게 얼어붙었던 한일 양국의 소모적 냉전을 넘어 진심의 축하와 진심의 박수였다.

6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3회 일본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심은경이 영화 ‘신문기자’로 한국배우 최초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가운데, 일본 내 반응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일본영화계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뿌듯함과 “심은경이라는 배우가 준 뜻밖의 감동”에 대한 열광이 범벅이다.

일부 우익들이 “일본아카데미상을 왜 한국배우가?” “역시 빨갱이 영화제”라며 비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놀라우리만치 찬사일색이다.

이날 5명의 우수 여우주연상 후보 중 하나였던 심은경은 최우수에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너무 놀라 어쩔줄 몰라하더니, 무대에 올라서도 벅찬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떨리는 목소리로 울음을 삼켰다. “수상을 전혀 예상 못 해서 아무런 준비를 못 했다. 죄송하다.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겠다. 정말 감사하다”며 간신히 뱉은 소감에 큰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유튜브로 공개된 관련 영상에는 무려 150여개의 축하댓글이 달렸다. 진심의 감격이 드러난 눈물이 특히 일본 영화팬들을 감동시켰다.

이들은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연기를 해서 핸디캡도 있었을텐데, 일본의 여우주연상을 받게되다니 너무 대단하다. 아직 이 영화 보지는 않았지만 보고 싶어졌어요. 덩달아 울어 버리다” “은경씨 아직 25살이군요! 연기력과 어학력에 깜짝 놀랐어요. 영화 ‘수상한 그녀’나 ‘써니’에서 코믹 연기도 멋졌습니다. 앞으로도 나라에 얽매이지 않고 좋은 작품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 모르고 있다가 이거 보고 입덕했어. 수상 코멘트를 준비하지 않아서 정말 상을 받을 줄 몰랐던 점이 겸허한 느낌으로 호감이 갔고, 우는 모습에 감동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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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심은경이 6일 일본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영화 ‘신문기자’로 한국배우 최초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출처|Garrett Shaw 영상캡처

영화 ‘신문기자’는 일본 정권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을 통해 국가와 저널리즘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한 영화로 현 아베 신조 총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과 내용이 유사해 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동시에 이런 스토리 때문에 일본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실패하며 심은경이 그 역할을 맡게 됐다.

극중에서 심은경은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신문사 사회부 4년 차 기자 요시오카 역을 맡아 밀도 높은 감정연기를 펼치며 호평 받았다.

가장 자유로워야할 예술에서 조차도 저항정신이 사라졌다는 패배감에 빠져있던 일본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고, 또 한국 배우가 멋지게 그 연기를 해냈다는데 대해 일본영화팬들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아카데미시상식 공식트위터로 공개된 심은경의 수상소감은 7일 오후 10시 현재 29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일본 팬들은 트위터를 통해 “사극이나 코믹 영화에 상을 주는 게 아니었어. 정권의 압력을 두려워하지 않고 멋져! 아직 완전히 버린 건 아니었어!” “아베 총리의 자민당, 공명당 정권 하에서의 시상은 더욱 의미가 깊다고 생각합니다. 축하합니다” “이 시대에 겁먹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 주신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을 비롯해 출연진 그리고 스탭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말로 정말로 정말로 축하합니다. 뭐랄까 감사합니다. 민주주의가 사라지기 전에 나타난 자이언트 스텝! 눈물이…” “이런 시대에 한국 여배우가 뽑히는 것도 뭔가 멋집니다” 라며 일본영화계의 자성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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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심은경, 마츠차카 토리 주연의 일본영화 ‘신문기자’ 영화스틸.

심은경은 앞서 일본에서도 개봉된 영화 ‘써니(2011)’ ‘수상한 그녀(2014)’ ‘스윙키즈(2018)’를 비롯해 일본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노다메 칸타빌레’의 한국판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2014)’의 여주인공으로 일본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심은경의 일본팬들은 최우수여우주연상감인 그의 연기력을 칭찬하며 배우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한 팬은 “심은경씨 좋다고 생각한 사람, 부디 ‘써니’를 봐 주었으면 한다. (심은경씨가) 너무 귀여워서. 강형철 감독님 작품도 괜찮은데 꼭 ‘스윙키즈’를 봤으면 좋겠다” “마츠차카 토리씨 심은경씨, 두 분 주연배우의 연기는 정말로 숨막히는 것이었습니다. 수상 정말로 축하드립니다” “심은경 씨, 한국판 ‘노다메’를 해준 여배우. 타고난 존재감과 배역을 대하는 열정이 대단한 배우입니다. 축하해요”라며 찬사를 보냈다.

한편 심은경은 최근 6년만의 드라마 복귀작 tvN‘머니게임’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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