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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김상수와 키움 선수들. 제공|키움구단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전국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여파로 프로야구도 파행을 겪고 있다. 시범경기가 중단되고 정규시즌 연기도 논의중이다. 해외에서 전지훈련 중인 몇몇 구단은 귀국이 아닌 캠프 연장을 고민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선수들은 자체 동영상을 통해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팬들은 바다 건너 멀리 있는 선수들의 소식을 접하며 야구 갈증을 식히고 있다.

최근엔 선수들이 피사체에서 벗어나 직접 카메라를 들고 팬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선수들은 카메라의 대상이 아닌 능동적인 주체로 거듭나며 창작자로 변신했다. 덕분에 더욱 날 것과 같은 영상이 팬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바깥 외출을 자제하는 국내 상황에서 현지 영상은 야구팬에게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활약하던 선수들이 야구 외적인 노출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친근하게 다가오자 팬들은 즐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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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김상수 SNS캡처

10개 구단 중 키움 선수들이 앞장 섰다. 야구장 외 모습을 가감없이 노출하며 선수와 팬 사이의 성벽을 허물고 있다. 대표적인 콘텐츠는 ‘히어로그’다. 히어로그는 히어로즈 구단과 일상적인 촬영을 뜻하는 브이로그의 합성어다. 키움 주장 김상수가 소통왕의 면모를 과시하며 히어로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홀드신기록으로 마운드를 평정한 김상수는 카리스마를 버리고 자신과 동료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거리낌없이 공개하고 있다. 망가짐은 기본이다. 최근엔 평가전을 치르는 구단 자체 중계에 이정후, 신재영 등 후배와 함께 해설자 역할도 하고 있다.

다른 구단도 뒤쳐지지 않는다. KT 선수들은 ‘B-CUT’을 공개하고 있다. 말 그대로 본 촬영을 뜻하는 A컷이 아닌 비하인드컷이다. 최근엔 강백호, 심우준, 김민혁 등이 식당에서 기본적인 음식 메뉴 소개부터 시작해 다이어트 상황, 선후배간의 밀당 등을 소개하며 그들의 찰떡케미를 자랑했다. 로앵글로 반강제적으로 콧구멍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SK는 ‘슼튜브’를 통해 ‘야구 그 이상의 스토리’라는 거창한 제목하에 문승원과 정현의 캠프 라면 요리 대결을 공개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NC는 선수들이 돌아가며 ‘공룡셀프캠’으로 자신의 일상을 적극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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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유투브 캡처

선수들만 팬들과 소통하지 않는다. 호주 전훈지에 머물고 있는 롯데 성민규 단장은 ‘프로세성의 쌩라이브’를 통해 김원중, 윤성빈, 구승민 등 선수들의 방에 전격 방문해 각본없는 인터뷰를 진행하며 팬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평상시에도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성 단장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옥중경영으로 야구계에서 퇴출된 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도 한 때 구단자체 방송에서 해설자로 나서며 신선한 반향을 부르기도 했다.

사실 비시즌은 야구팬들에게 무료한 시간이다. 토미 라소다 전 LA다저스 감독은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가 끝나는 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야구계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쉬움을 가득 담은 라소다 전 감독의 발언이 시효를 다할지도 모른다. 각 구단과 선수들이 비시즌에 훈련 모습 뿐 아니라 일상의 소소함까지 몸소 노출하며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야구영상은 지난 경기 돌려보기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젠 창작자로 변신한 야구인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비시즌에도 야구 이야기가 나날이 풍성해지고 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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