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손흥민이 지난해 10월10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스리랑카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최승섭기자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멀티골 활약에도 ‘옥에 티’는 이번에도 페널티킥(PK)이었다. 직전 경기에서 클럽 커리어 첫 PK 골을 만들어내면서 어두운 기억을 접는 듯했지만 또 한 번 징크스와 마주했다.

손흥민은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파크에서 끝난 애스턴 빌라와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홀로 2골을 책임지며 3-2 쾌승을 이끌었다. 5경기 연속포를 가동하며 또 한 번 ‘승리의 히어로’가 됐지만 찜찜했던 건 PK 실축이었다. 팀이 1-1로 맞선 전반 추가 시간 PK 키커로 나선 그는 골문 왼쪽 구석을 향해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상대 수문장 페페 레이나 손에 걸렸다. 다행히 공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달려들어 리바운드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지만 마냥 웃을 수 없었다.

‘PK 징크스’라고 표현하기엔 표본은 적다. 지난 2010년 만 18세 나이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대표팀(A대표팀·올림픽팀 와일드카드)을 오가면서 PK 키커로 나선 건 단 9회에 불과하다. 클럽에서 PK 키커로 나선 건 세 번이다. 함부르크와 바이엘 레버쿠젠(독일), 토트넘까지 몸담은 팀에 슈테판 키슬링이나 해리 케인처럼 PK를 전담하는 키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키커로 나섰을 땐 전담 키커가 빠졌을 때다. 손흥민이 클럽 커리어로 유일하게 PK 골을 기록했던 지난 6일 사우샘프턴과 FA컵 32강 재경기(3-2 승)에서도 케인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기회가 주어졌다.

기회가 적긴 했지만 손흥민은 PK 기회에서 유독 작아진 게 사실이다. 클럽과 대표팀을 오가면서 9차례 PK 기회에서 골로 연결한 건 4차례. 44% 성공률이다. 그 중 한 번은 보기 드문 ‘골 취소’ 판정에 울어야 했다. 지난 2018년 2월28일 로치데일과 FA컵 경기에서 PK 득점에 성공했지만 ‘골키퍼 속임 동작’을 이유로 주심은 득점 무효를 선언했다. 하지만 무효처리 된 PK까지 득점으로 포함해도 성공률은 55%에 불과하다. 공식전에서 처음 PK 키커로 나선 건 지난 2015년 3월31일 뉴질랜드와 A매치 평가전이다. 당시 차두리 은퇴 경기로 열렸는데 손흥민은 전반 PK 키커로 나섰으나 실축했다. 이후 2016년 피지와 리우올림픽 조별리그, 2017년 모로코와 A매치 평가전에서 PK 골을 넣었지만 2018년 9~10월 코스타리카, 우루과이와 연이은 평가전에서 모두 실축했다. 당시 손흥민은 “다시는 PK를 차지 않겠다”면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러다가 지난해 스리랑카와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다시 PK 골 맛을 봤고 최근 FA컵 32강에서 클럽 유니폼을 입고 처음 PK 득점에 성공하면서 징크스에서 벗어난 듯했다. 그는 스스로 최근 PK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애스턴 빌라전에서 또다시 실축 악몽을 되풀이했다.

그렇다면 왜 손흥민은 PK에 약할까. 전문가 다수가 언급하는 건 경험 부족과 심리적 압박감이다. 유럽 리그에서만 통산 132골을 터뜨린 그는 PK 득점이 1골에 그칠 정도로 다른 공격수와 비교해서 PK 지분이 적다. 동료 케인만 해도 손흥민과 토트넘에서 같은 기간(2015~2016시즌부터 현재) PK로 18골을 넣었다. 아무리 훈련장에서 PK를 익힌다고 해도 실전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중압감이 들 수밖에 없다. 손흥민의 PK 동작에 대해서도 지적하는 이가 많다. 그는 흔히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서 공을 차기 직전 멈추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제까지 9차례 PK 기회에서 7차례나 멈추는 동작을 했다. 손흥민은 처음 PK를 맡았던 뉴질랜드전에서 멈추는 동작 없이 슛을 시도했다가 가로막혔다. 이후 멈추는 동작으로 연달아 성공(피지전·모로코전)한 뒤 대체로 같은 패턴을 이어갔는데, 상대 골키퍼가 파악하기 쉽다는 견해도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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