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우승
박인비가 16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시턴에 위치한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클럽(파72.6637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ISPS 한다 위민스 호주오픈에서 통산 20승을 거머쥔 뒤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 | 호주골프협회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약속의 땅인 호주에서 20승을 따내 너무 기쁘다. 이번 우승으로 도쿄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

통산 20승 기쁨을 길게 누리지는 않았다. 충분히 만족할만 한 우승이지만 더 큰 목표가 있어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현역 선수 중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영예를 한 번 더 누리는 게 박인비(32·KB금융그룹)의 가장 큰 목표다. 박인비는 16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클럽(파73·6648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ISPS 한다 위민스 호주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1타를 잃었지만 14언더파 278타로 우승을 따냈다. 2018년 3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 이후 23개월 여 만에 승 수를 추가한 박인비는 LPGA투어 역대 28번째 20승 고지를 밟은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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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가 11일 호주 애들레이드에 위치한 시톤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ISPS 한다 위민스 호주오픈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 | 호주골프협회

박인비는 “모두가 19승에 멈춰선 나를 두고 ‘아홉수에 걸린 게 아니냐’는 얘기를 했다. 한국에서 9는 행운의 숫자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호주는 언제나 내게 좋은 기운을 줬고, 그 약속의 땅에서 20승을 달성했다. 우리 팀에도 호주인이 많고 많은 팬이 이번 대회에서 나를 응원했다. 이런 기운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 14년간 나를 위해 고생한 캐디 브래드 비처도 호주인이다. 이들에게 좋은 선물을 한 것 같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로열 애들레이드 GC는 코스 자체가 자연 그대로라 너무 예뻤다. 내가 플레이 한 최고의 코스 중 하나”라며 호주골프협회 관계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무엇보다 2년간 발목을 잡은 퍼트가 전성기 수준을 회복했다. 특히 7~8m 가량 떨어진 중거리 퍼트가 홀컵을 찾아 들어갔다. 홀당 1.6개꼴인 28퍼트가 우승 동력이 됐다. 지난 27일 치른 게인브릿지 LPGA와 지난 9일 끝난 ISPS 한다 빅오픈에서 잇따라 컷 탈락한 원인도 퍼트였다. 스트로크 리듬을 더 천천히 하는 것으로 조정했고 ‘컴퓨터 퍼트’ 회복으로 이어졌다. 박인비는 “지난 몇 년간 퍼팅은 날 정말 힘들게 했다. 그러나 이번주는 달랐다. 타수를 줄여준 몇몇 중요한 퍼트들이 있어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특히 오늘 8번홀 퍼트는 정말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특히 후반 들어 중요한 고비에 나온 파 퍼트가 들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타수를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하루에 그런 퍼트가 2개씩만 들어가도 한 대회에서 8타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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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가 15일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 클럽(파72·6천648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총상금 130만 달러) 3라운드에서 샷하고 있다. 사진제공 | 호주골프협회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한 번 우승했다고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들뜨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 대표팀에 선발되는 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오늘 우승했지만 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게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치를 대회에서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PGA투어에는 훌륭한 경쟁자들이 많다. 나를 포함한 한국인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 나 역시 매년, 매 대회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을 즐기면서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드러낸 셈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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