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용병술
한국의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을 이끈 김학범 감독.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투입마다 적중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 역사를 쓴 ‘김학범호’의 가장 큰 동력은 단연 용병술이었다. ‘지략가’로 불리는 김학범 감독은 사, 나흘 간격으로 경기를 치른 대회 내내 폭넓은 로테이션과 더불어 실효성이 두드러진 적재적소 용병술로 전승 우승을 일궈냈다.

성공의 뼈대가 된 건 ’베스트11’을 두지 않는 생존 경쟁이다. 김 감독은 조별리그부터 녹아웃 스테이지까지 6경기 전승을 거두는 동안 선발진을 큰 폭으로 조정했다. 조별리그 1차전 중국전 이후 이란과 2차전에서 7명을 바꾼 데 이어 우즈베키스탄과 3차전에서는 6명, 요르단과 8강전에서 8명, 호주와 준결승에서 5명을 바꿨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전에서는 3명을 바꿨는데 풀백 김진야를 윙어로 두는 변칙전술로 또 한 번 상대 허를 찔렀다.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두바이컵에서도 대표팀을 이원화해 골고루 기회를 줬다. 그리고 12월 강릉에서 소집 훈련을 거치며 이번 대회를 대비했다. 핵심 요원인 유럽파 이강인(발렌시아), 백승호(다름슈타트) 차출에 실패했지만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선수 개인별 장,단점을 완벽하게 파악, 이번 대회에 상대 맞춤 전술을 들고나왔다. 특히 조별리그 3경기부터 8강전까지 선발 요원으로 최전방을 번갈아가며 지킨 조규성과 오세훈은 나란히 2골씩 해내면서 ‘김학범호’ 로테이션 정책의 믿음을 안겼다. 분석과 계획이 반영된 선발 로테이션 정책은 위기의 순간 김 감독의 용병술을 더욱더 빛나게 하는 교두보가 됐다.

김 감독은 전승을 해내기까지 고비마다 교체 카드가 거짓말처럼 들어맞았다. 조별리그 첫 경기 중국전에서 좀처럼 0의 균형을 깨지 못한 김 감독은 후반 김진규와 이동준을 투입했다. 둘은 후반 추가 시간 결승골을 합작했다. 김진규가 찔러준 침투 패스를 이동준이 이어받아 수비를 제치고 왼발 결승골로 연결했다. 어느 국제 대회든 첫 경기가 가장 어렵다. 그런 가운데 김 감독은 용병술 하나가 승점 1을 3으로 바꿔놨다. 우즈베키스탄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1-1로 맞선 후반 26분 오세훈의 결승골 때 후반 교체로 투입된 이동경이 연결고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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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경. 제공 | 대한축구협회

요르단과 8강전도 교체 선수 발끝에서 ‘극장골’이 터졌다. 후반 교체로 투입된 이동경이 1-1로 맞선 가운데 종료 30여 초를 남겨두고 예리한 왼발 프리킥으로 버저비터 같은 결승골을 꽂았다. 이동경은 호주와 준결승에서도 후반 그라운드를 밟은 지 12분 만에 쐐기골을 터뜨리며 2-0 완승을 견인했다.

우승 트로피를 두고 겨룬 사우디전에서도 마찬가지. 김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동준에 이어 이동경, 김대원을 차례로 투입해 승부를 걸었다. 연장 승부로 이어졌는데 기어코 교체 카드가 제 몫을 해냈다. 연장 후반 7분 김대원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낸 데 이어 키커로 나선 이동경이 절묘하게 차올려 정태욱의 헤딩 결승골을 끌어냈다.

프로팀 감독 시절부터 선수 보는 눈 만큼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은 김 감독은 한결 더 노련해진 안목과 토너먼트 승부사다운 관록을 뽐냈다. 오는 7월 도쿄올림픽 본선에서 호성적을 꿈꾸는 U-23 대표팀에 또 다른 승리 열쇠가 떠오르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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