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이 베트남축구협회 감독 사무실에서 가진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하노이 | 이용수기자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신화에 잠시 제동이 걸렸지만 그를 향한 신뢰에는 금이 가지 않는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부임 후 처음으로 쓴맛을 봤다. 2년 전 신화의 시작점이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서 조별리그 탈락하며 지난 대회 2위 팀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1차 목표였던 8강 진출 도전도 실패로 돌아갔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년 전 준우승을 시작으로 아시안게임 4강, 스즈키컵 우승, 아시안컵 8강을 달성하며 파죽지세로 전진했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도 조 선두를 달리며 사상 첫 최종예선 진출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번 챔피언십 전에도 이 연령대 선수들이 출전한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해 첫 올림픽 본선행을 기대했지만 조기 탈락하며 일찌감치 짐을 싸게 됐다.

아쉬움이 남는 결과지만 박 감독을 향한 베트남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줬다. 중동의 강호인 아랍에미리트, 요르단과 득실점 없이 무승부를 거뒀고, 북한전에서는 1-0으로 앞서다 골키퍼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인해 경기를 그르쳤다. 이 한 장면이 아니었다면 기세를 올려 다득점 승리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무리하게 플레이하다 한 명이 퇴장 당해 수적열세에 놓여 패배하고 말았다.

워낙 아쉽게 탈락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도 박 감독의 지도력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지난 2년간 박 감독이 쌓은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분위기다. 대중이나 언론은 물론이고 정부 차원에서도 박 감독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다. 박 감독이 대회를 마치고 귀국하자 응우옌 쑤언푹 베트남 총리를 박 감독을 직접 만나 선물까지 건네며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상처를 받았을 박 감독을 배려해 위로하고 응원의 메시지까지 보내는 등 각별히 신경썼다는 후문이다.

베트남으로부터 큰 격려를 받은 박 감독은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다. 3월부터는 월드컵 2차예선이 재개되는 만큼 2월 초까지는 가족과 여행을 하는 등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개인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모두 이끄는 박 감독 입장에서 꿀맛 같은 휴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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