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재킷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은 80~90년대 가요계를 풍미한 밴드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소금’의 정신적 모태다. 이들이 생각하는 젊은 날의 김현식은 어떤 존재일까.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전)태관이 살아있을 때 현식 형 얘기를 많이 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천재 음악가였다. 어느날은 동부이촌동 방에 우리를 불러놓고 ‘너희는 음악 그렇게 하면 안 돼. 음악이 수학인 줄 아냐’면서 기타를 막 대충 치는 거다. 그때는 그렇게 치면 안된다고 뜯어말렸었다. 형이 떠나고 15년쯤 지나고 나서 태관이와 ‘현식이 형이 말한 게 뭔지 좀 감이 온다’고 얘기했다. 현식 형은 30대에 세상을 떠났는데, 50대 뮤지션이 돼서야 ‘음악은 그렇게 하는 거구나. 그게 음악이구나’ 깨달을 수 있었던 거다”라고 전했다.

박성식은 “1986년도에 우리 셋은 현식 형과 함께 음악을 처음 시작했다. 감독으로 치면 ‘입봉작’ 같은 느낌이었다. 의외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큰 사랑을 받아서 그때 ‘음악을 계속 해야 하는건가’ 싶었다. 그 활동으로 음악에 대한 진로를 확실하게 전했다. 이후 봄여름가을겨울, 빛과소금 활동의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장기호는 “김현식 형과 함께 한 기간은 1년반 정도다. 그런데 그 짧은 기간이 대중에겐 큰 족적으로 남아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과 시간들이었다”고 전했다.

이번에 셋을 한팀으로 뭉치게 한 건 지난해 세상을 떠난 故 전태관이었다. 박성식은 “김종진이 지난해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 앨범과 공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공연에 하루 게스트로 참여했다. 그때 기회가 되면 뭉쳐서 해보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날 김종진이 느닷없이 ‘3주 후 작업을 해야 하니 시간 비워놓으라’고 하더라. 그 호출로 작업이 시작됐다”며 “작업하는 내내 전태관이 이 작업에 참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웠다. 보고 싶고, 그리운 느낌을 계속 가지고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장기호는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 당시 김종진과 워낙 많이 싸워 솔직히 종진이가 제안했을 때 망설였다. 그런데 그때 함께 모인 6명 중 3명이 하늘나라에 갔고, 다 떠나기 전에 뭔가 당연히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어 계획에 동의했다”며 “봄여름가을겨울은 ‘대통령상’(2019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대통령 표창)을 받은 팀 아닌가. 대통령상을 받은 팀이 함께 하자니 우린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박성식은 “내년에는 김현식 형님 작품을 우리 색깔로 해석한 음반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자 김종진은 앞으로 계획은 알수 없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고, 장기호는 “미래의 활동 계획은 팬들에게 달렸다”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봄여름가을겨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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