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선수 김광현-류현진
풋풋한 20대 초반 시절의 김광현과 류현진.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BO리그에서는 이뤄지지 않은 왼손 특급 선발 맞대결이 태평양 건너에서는 성사될까.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아 눈길을 끈다.

메이저리그(ML)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류현진(32)이 23일(한국시간) 토론토와 4년 8000만달러(보장액 기준) 계약에 합의했다. 메디컬테스트와 계약서 서명 등 행정절차가 남아있지만 큰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한 토론토 유니폼을 입게 될 전망이다. 지난 7년간 정든 내셔널리그 LA다저스를 떠나 생소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를 선택해 또 한 번 모험을 단행했다.

류현진이 아메리칸리그로 떠나 한국인 투타 맞대결 기회는 늘었다. 최지만(28·탬파베이)과 추신수(37·텍사스)가 모두 아메리칸리그 소속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지만은 시즌 19차례 맞대결하는 동부지구 소속이라 플래툰 시스템에 적용받지 않는다면 훨씬 더 자주 ‘고교(동산고) 선배’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2010 프로야구 SK-한화
23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2010 프로야구 SK-한화의 경기가 우천취소되자 SK 김광현(오른쪽)이 류현진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스포츠서울DB)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올겨울 ML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한 김광현(31·세인트루이스)과 조우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2008년부터 KBO리그 한화와 SK 소속으로 한국 최고 왼손 투수로 자웅을 겨뤘다. 국가대표로 한솥밥을 먹기는 했지만 둘의 선발 맞대결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10년 5월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사상 처음으로 맞대결이 예고됐지만, 경기 전 비가 내려 몸만 풀다 악수를 하고 돌아섰다.

김광현이 ML진출을 선언하자 류현진은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구위다. (김)광현이가 ML에 진출하면 다른 리그로 가서 안만났으면 좋겠다”고 유쾌한 농담을 했다.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는 선발 투수 입장인데다, 한국을 대표해 ML에서 기량을 과시하는 동료라 희비가 엇갈리는 장면을 굳이 만들고 싶지 않다는 바람도 담겨 있었다.

[SS포토] 김광현 \'나도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
류현진(토론토)이 김광현(세인트루이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류현진의 바람대로 다른 리그에 소속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운명의 장난처럼 내년시즌 ML 인터리그(교류전) 일정에 토론토와 세인트루이스가 맞붙는 것으로 돼 있다. 6월 2일과 3일, 8월 19일과 20일 두 팀이 맞대결하는데, 1선발 역할을 할 류현진과 4, 5선발 경쟁을 펼쳐야 할 김광현의 등판 일정이 맞아떨어지면 사상 최초의 맞대결이 성사될 수도 있다.

시즌이 개막한 뒤 둘의 선발 로테이션 일정이 공개되는 순간부터 한국 최고 왼손 투수들의 선발 맞대결을 학수고대 하는 팬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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