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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리틀야구나 유소년야구에서 지도자의 갑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외부인이 접근하기 힘든 내부 구조상 선수의 출전이나 졸업 후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감독의 잘못된 행태는 자주 논란이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리틀야구연맹은 지난 3월 지도자 자정 결의 대회를 했다. 폭언, 폭력, 성희롱과 관련한 일체의 언행을 하지 않으며 선수들이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받지 않게 솔선수범한다고 밝혔다. 학부모에게 금품수수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투명하고 모범적인 팀 운영을 약속하며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처벌도 감수한다고 결의했다.

그런데 최근 경기도 소재 모 리틀야구단 감독이 특정 선수를 지목해 강제 탈퇴를 지시했다. 해당 리틀야구를 운영하는 시청 관계자는 이를 분명한 월권행위로 파악하고 있다. 절차를 무시하고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야구 원로 두 명이 그 리틀야구 훈련장을 첫 방문했다. 원로의 손자가 2년째 선수로 뛰고 있는 팀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선수는 감독에게 퇴단 지시를 받았다. 외부인이 그라운드를 침범했다는 단 하나의 이유였다.

야구 원로들은 그 내용을 접한 뒤 “사전에 통보하고 찾아갔으며 그라운드에선 감독 부재로 프로출신이라는 코치와 5분 정도 담소를 나누며 격려했다. 그리고 베이스 뒤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잠시 지켜본게 전부다. 코치로부터 그라운드에서 나가야 된다는 주의를 듣지도 않았다. 평생 야구를 했고 예의를 안다. 상대가 불편하다는 낌새만 보였어도 바로 나갔을 것이다”고 탄식했다. 자신의 손자를 포함해 “특정 선수를 부탁하거나 지도하지도 않았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들은 고교감독과 프로야구 2군 사령탑을 역임했고 프로감독 은퇴 후엔 여러 리틀야구와 유소년야구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야구원로였다. 물론 리틀야구 내규상 학부모나 외부인이 무단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오면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는 야구 원로라고 해도 때론 예의가 될 수 없다. 이날 뒤늦게 야구장에 나타난 감독은 멀리서 원로들의 사진만 찍은 뒤 나중에 증거라고 내놓았다.

문제는 화살이 당사자가 아닌 어린선수에게 향했다는데 있다. 해당 리틀야구 감독은 할아버지가 그라운드에 들어온 걸 빌미로 그 선수에게 강퇴 지시를 내렸다. 감독은 문제가 불거지자 “아이의 키가 작고 기량은 제자리였다. 몇몇 아이들과 문제도 있었다”라고 다른 이유를 들었다.

해당 리틀야구를 관리하는 시청 관계자는 “감독 직권으로 강제탈퇴는 안된다. 규정에 맞지 않는다. 행정절차상 시조례와 시행규칙을 어긴 것이다. 감독이 규정에 맞지 않는 월권행위를 범했다”라고 해석하며 “이 사안과 관련해 민원이나 진정서가 들어오면 정식으로 조사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다행이 원만하게 무마됐다. 시 관계자가 주선해 감독과 선수 학부모가 만났다. 그 자리에서 감독은 자신이 “일 처리를 감정적으로 했다”라며 사과했고 해당 선수는 다시 야구를 하게 됐다. 야구 원로에게도 연락해 “오해가 있었고 나의 불찰이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감독이 군림하고 있는 구조적 상황에 변화는 없다. 이런 유사 사건에서 어린 선수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암암리에 이뤄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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