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퇴장 당하는 박항서 감독. 출처 | 베트남 매체 ‘24h’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그가 하면 퇴장도 리더십이 될 수 있다.

동남아의 명장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을 두고 한 말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의 숙원이었던 동남아시아경기대회(SEA게임) 금메달을 베트남 국민에게 안겼다. 모두 그의 전략과 전술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박 감독이 이끈 베트남 22세 이하(U-22) 베트남축구대표팀은 10일 필리핀 마닐라의 리잘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2019 SEA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3-0 승리로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 7경기 무패(6승1무)로 지난 2017년부터 이어오는 일명 ‘박항서 매직’을 이번 대회에서도 펼친 박 감독은 결승전 한 경기로 그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베트남에 필요한 전략부터 전술 모두를 펼쳤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 치른 경기로 지친 상대를 공략하는 수비 전술로 전반전을 보낸 박 감독은 전반 39분 도안 반 하우의 헤딩골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박 감독의 전략이 빛난 건 3-0으로 이기는 상황이었다. 그는 후반 31분께 승기를 잡은 상황이었지만 시간을 끌기 위해 과한 액션으로 주심에게 항의했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행동이었지만 대회를 치르느라 지쳐 있을 선수들에겐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이 됐다. 특히 피치 위의 베트남 선수들이 인도네시아에 쫓기는 심정을 되돌아 보고 침착함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U-22 팀은 경험이 부족하기에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우가 있다. 불필요한 행동이었지만 박 감독은 이런 점을 우려해 사우디아라비아 주심에게 항의했던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추격에 자칫 분위기가 뒤집혀 내리 연속골을 허용하며 동점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후반 35분에는 인도네시아 공격수에 결정적인 찬스를 내줬지만 베트남 수비진이 끝까지 투지를 보인 끝에 실점을 막아냈다. 박 감독이 이런 위기 상황을 모두 내다보고 선수들의 긴장감을 높인 것이다. 결국 지나친 항의로 퇴장 당한 그의 리더십은 베트남이 무실점으로 완벽히 마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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