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광현, 부진을 딛고...빨리 일어나야...
야구대표팀의 김광현이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멕시코와의 경기를 하루 앞둔 14일 일본 도쿄돔에서 팀의 훈련을 준비하고있다. 도쿄(일본)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도쿄=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일본 킬러’ 김광현(31·SK)은 왜 한일전에 나오지 않았을까.

한국 야구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에 3-5로 패해 3ㅐ회 2연패에 실패했다. 이날 한국 선발투수 양현종은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고전하며 일찌감치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수가 75개였지만 양현종의 힘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한국 벤치는 이른 시점에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예정대로면 양현종 뒤에 나올 투수는 김광현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영하가 투입됐다. 이번 대표팀에서 필승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이영하가 마운드에 오르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시점이 의구심을 자아냈다.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양현종에 이어 김광현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했기에 이영하의 투입 시점은 예상 밖 선택으로 여겨졌다. 경기 전 한국 김경문 감독도 “결승전엔 모든 투수들이 뒤에 대기한다”며 마운드 총력전을 예고했다. 대만전에서 부진하긴 했지만 김광현은 양현종과 함께 대표팀 원·투펀치를 구축한 에이스다. 또 일본을 상대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다. 역전 후 조금씩 불타오른 일본의 기세를 누르기 위해 김광현의 등판이 필요한 순간이었지만, 한국 벤치는 이영하를 택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관계자는 “오늘(결승전) 김광현은 등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KBO의 설명대로라면 김광현의 결승전 등판 불발은 사전 합의된 사안이었다는 얘기다. 경기 전까지 김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에게서 김광현의 등판이 불발됐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 의구심은 더 커졌다. 김광현도 대만전 이후 취재진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결승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준비를 잘 해 좋은 공 던지겠다”며 한일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결승전 하루 전날까지도 김광현의 표정은 밝았다. 그랬던 김광현이 결승 당일 갑자기 등판을 못하게 됐다. 김광현의 등판 불발이 사전 합의됐다면 김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정보 유출 방지 차원에서 일부러 해당 사실을 함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광현이 마운드에 올라오지 못하면서 한국의 투수 운용에도 차질을 빚었다. 양현종의 난조로 비교적 이른 시점에 올라온 이영하가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1점차 살얼음판 승부 속에 한국은 마무리 투수 조상우를 빨리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오던 조상우는 아사무라 히데토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뼈아픈 쐐기점을 내줬다.

시즌 종료 후 고된 일정을 소화하느라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한국 투수진에 예상치 못한 김광현의 이탈은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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