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김태군
올해 FA 포수 자원으로 나온 이지영(왼쪽), 김태군. 이지영은 13일 키움과 계약했다. 최승섭기자

[사직=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포수난에 시달리는 롯데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심, 외국인 선수 수급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13일 “포수 영입 관련해서 우리 구단은 FA 시장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지난 2017년 말 FA 자격을 얻은 강민호가 삼성으로 적을 옮긴 뒤 대체자 영입보다 내부 육성 뜻을 품었다. 이후 나종덕과 안중열, 김준태 등 신예들이 안방 마님 자리를 두고 테스트를 받았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올해 최다 사구(546개)과 최다 폭투(103개)라는 불명예스러운 지표를 떠안았다. 롯데가 최하위로 추락하는 데 빌미가 됐다. 신임 사령탑인 허문회 감독도 이 부분을 개선하는 데 가장 신경이 곤두서 있다.

결론은 팀의 중심을 잡아줄 즉시 전력감 포수 영입이다. 스토브리그 개장서부터 FA 시장에 나온 이지영(33)과 김태군(30) 중 한 명이 롯데 유니폼을 입으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올해 키움 가을야구 오름세를 지휘한 이지영은 안정적인 수비 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하위 타선 핵심 구실을 할 수 있어 롯데에 가장 어울린 자원으로 불렸다. 더구나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은 허문회 수석코치가 새 시즌 롯데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만큼 둘의 재회를 바라는 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지영은 13일 오전 원소속팀 키움과 3년 총액 18억원으로 다시 손을 잡았다. 공교롭게도 이날 허 감독이 처음으로 롯데 훈련에 합류한 날이었다. 그는 “안 그래도 지영이가 어젯밤 9~10시 사이에 전화가 왔다. 프로이니 어쩔 수 없다. 서로 예의를 지킨 것 같다. 사실 (롯데에서) 같이하고 싶었는데 지영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더 인정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통을 기반으로 한 ‘멘탈 야구’를 중시하는 허 감독 체제에서 이지영은 팀 내 결속력을 이르게 꾀하는 데 가교자가 될 수 있었다. 그래서 허 감독 입장에서는 더욱더 아쉬울 법하다.

그렇다면 롯데는 왜 FA 시장에서 물러났을까. 기본적으로 새 시즌을 대비해 2군 시설부터 선수단 재편까지 전방위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롯데 입장에서 특정 선수에 대한 ‘무리한 베팅’을 하지 말자는 데 뜻을 모았다. 특히 1986년생, 한국 나이로 30대 중반에 들어서는 이지영과 관련해서는 귀중한 자원인 건 틀림이 없지만 미래 가치를 봤을 때 대규모 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태군은 이지영보다 젋고 수비에서 호평을 받지만 희소 가치와 맞물려 오버페이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의지가 확고했다. 결국 롯데는 둘과 협상 테이블에서 ‘데드라인’을 확실하게 제시했고 협상 결렬로 이어졌다.

롯데는 협상 시점부터 플랜B와 C를 염두에 뒀다. 우선 외국인 포수 영입 밑그림을 그렸다. 2주 전부터 롯데는 메이저리그(ML) 출신 2명의 신분 조회를 요청했다. 1명은 올 시즌 직후 FA 자격을 얻었다. 또다른 1명은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돼 곧바로 영입 협상이 가능한 자원으로 알려졌다. 성민규 단장은 “가장 중요한 건 우리 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만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다. 특정 FA 선수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각도로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이지영이나 김태군에게도 알려지면서 협상 테이블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다. 올해 NC에서 방출당한 크리스티안 배탄코트처럼 외국인 포수 성공 사례는 별로 없지만 기량보다 경기 자세나 도덕적인 문제가 거론됐다. 배탄코트는 타율 등 지표에서는 낙제점에 가까웠지만 포수로 능력에서는 호평을 받았다. ML 컵스 스카우트 출신인 성 단장과 래리 서튼 퓨처스 감독 등 롯데 내부 ‘지미파’들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KBO리그에 안착할 자원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40인 로스터 외 선수를 지명할 수 있는 2차 드래프트다. KBO는 지난 11일 2차 드래프트 대상자를 10개 구단에 통보했다. 오는 20일부터 2차 드래프트가 지명된다. 대상자 중 롯데가 확신을 품은 포수 자원이 나왔으리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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