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신약개발 불확실성이 낳은 ‘주식투기’ 끝은?
    • 입력2019-11-11 03:03
    • 수정2019-11-1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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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엘비, 표적항암 신약후보 개발
3상 불분명 결과에도 주가 7.2배 폭등
신라젠 ‘닮은 꼴’…업계 독될지 약될지

이정수
이정수 기자

[스포츠서울 이정수 기자] “왜 여기만 이 난리일까요. 튼실하고 유망한 다른 바이오업체들도 많은데, 유독 이곳만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 하나만으로 시가총액이 7조원까지 오르는 건 분명 정상은 아닌 거 같아요.”

최근 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면 이따금씩 듣는 얘기다. 선박사업으로 성장하다 바이오신약개발사업에 뛰어든 에이치엘비는 지난달 22일 주가가 18만원대에 도달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7조원을 달성했다.

에이치엘비는 연결대상 종속회사인 LSK Biopartners(엘에스케이 바이오파트너스)를 통해 표적항암 신약후보물질 ‘리보세라닙’(Rivoceranib)과 ‘BTK/JAK3억제제’를 개발 중이다. 이 중 주목받는 것은 3상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리보세라닙이다. 3상 임상시험은 상용화를 위한 마지막 단계다.

3상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지난 6월말 첫 발표에서는 목표 충족 ‘실패’라고 했다가 3개월 후인 지난 9월말에는 ‘성공’으로 번복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신약후보물질 가치에 대한 외부에서의 해석은 분분했다. 하지만 이같은 불안정함과 여러 논란은 에이치엘비 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그 결과 8월초 2만원대에 있던 주가는 10월말에 18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약 3개월만에 주가가 7.2배까지 늘어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수익률 500%’를 인증하는 캡쳐이미지가 돌거나 온라인 상에 ‘1억8000만원어치 주식 샀다’는 글이 나도는 등 투기성 반응이 극심했다.

이번 상황은 앞서 코스닥 대장주로 평가됐던 신라젠을 연상시킨다. 신라젠 역시 항암 바이러스 신약후보물질 ‘펙사벡’ 하나만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항암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 만큼 개발이 어렵다는 점, 대표·임원이 대량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상황 등으로 인해 펙사벡에 대한 신뢰도는 불안정했다.

그럼에도 불안정함 속에서 2만원대를 맴돌던 주가는 지난해 급등하기 시작해 그해 3월 11만원대를 돌파했다. 당시 신라젠 코스닥 시가총액도 8조원을 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여기까진 신라젠과 에이치엘비가 닮았다. 이후 신라젠 주가는 지난해 10월초까지 10만원대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드러내는 듯했으나, 하락세를 이어가다 올해 8월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 펙사벡 3상 임상시험 중단 권고 결정으로 크게 떨어졌다. 최근 한 달간은 1만원대에 그치면서 사실상 투기성을 상실했다.

이처럼 대표적 투기주인 두 업체는 주가 흐름도 연결되는 모양새다. 신라젠 주가가 폭락한 지난 8월 이후 시점부터 에이치엘비 주가가 폭등했다. 두 업체 주가는 바이오업계 내에서조차 이해 불가능이라는 평가가 주류다.

이제 남은 것은 리보세라닙에 대한 최종결과다. 신라젠 펙사벡과 마찬가지로 리보세라닙에 대한 결정적 변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여부에 달렸다. 한 전문가는 “3상 임상 목표 달성 실패는 맞지만, 이미 중국에서 사용되고 있고 임상시험 결과 일부는 분명 긍정적이기에 FDA 허가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도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미약품 신약개발 성과로 주식시장에서 제약·바이오업계가 주목을 받은 이후 주가 영향은 비교적 바이오업계에 몰렸고, 그 중에서도 신라젠·에이치엘비와 같이 ‘더 가치가 크면서도 불안정한’ 바이오종목이 투기주로 성장한다.

그러나 신약개발이 갖는 불안정한 특징이 주식 투기에 사용되는 것이 올바른 현상인지, 이대로 유지되는 것이 바이오업계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선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leej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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