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에게 김희애 스틸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이루어질 수 없는 게 첫사랑의 매력이다. 처음이었기에 신비로운 추억이 되고,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5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윤희에게’(임대형 감독)는 그런 첫사랑의 이야기를 숨기고 사는 사람의 현실을 잔잔하게 담아냈다. ‘윤희에게’는 우연히 한통의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 분)가 잊고 지냈던 친구와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설원이 펼쳐진 여행지로 떠나는 감성멜로.

영화는 지방의 한 공장 구내식당에서 일하는 윤희가 딱히 웃을 일 없는 지리멸렬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으로 관객들도 덩달아 깊은 날숨을 쉬게 하며 시작한다. 그래도 윤희의 딸 새봄(김소혜 분)은 생기 넘치는 10대답게 영화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존재. 새봄이 우연히 엄마 앞으로 일본에서 날아온 편지를 발견하고, 엄마의 마음을 위로할 생각에 “눈이 많이 오는 곳”으로 여행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윤희에게 스틸

윤희가 그토록 숨죽이고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는 않은채 영화는 잔잔하게 윤희의 동선을 따라가고, 동시에 윤희에게 편지를 쓴 쥰(나카무라 유코 분)도 자신의 일상 속에서 숨겨야할 것을 끝까지 숨기려 한다는 의지를 보이는 모습으로 영화의 신비로움은 배가된다.

그러나 여행을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는 윤희의 모습 그 자체가 그동안 스스로를 억눌렀던 것을 해소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또한, 여행 이후 한결 달라진 모습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용기 내는 윤희에게 관객들이 응원의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주저하는 윤희의 뒷모습이 희망을 기대하는 미소로 바뀌는 순간은 여행전까지 내내 차가웠던 윤희의 깊은 내면에 확실히 온기가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하며 새봄은 물론 보는 이들을 안도하게 한다.

윤희에게

결국 ‘윤희에게’는 이뤄질 수 없는 첫사랑의 상처를 숨기고 살던 윤희가 20년만에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이야기. 비록 극적인 스토리는 없지만, 김희애라는 배우 특유의 깊이감 있는 연기력과 눈 내리는 일본 오타루의 배경, 그리고 음악까지 한데 어울어진 ‘윤희에게’는 한편의 소설 같은 영화로 완성됐다. 오는 14일 개봉.

cho@sportsseoul.com

사진 |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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