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009 한국시리즈 기아-SK
KIA 나지완이 지난 2009년 10월 24일 잠실서 열린 SK와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쏘아올린 뒤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1982년 막을 올린 KBO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수 많은 드라마와 감동을 선사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하한 장면을 꼽는다면 어떤게 있을까. 1982년 OB(현 두산) 김유동이 쏘아올린 만루홈런, 2002년 삼성 이승엽과 마해영의 백투백 홈런, 2009년 KIA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을 빼놓을 수 없다.

김유동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한국시리즈 MVP 김유동. 한국시리즈6차전 9회초 2사서 승부의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날려 시리즈 MVP가 된 OB베어스 김유동은 부상으로 새한자동차(대우자동차 전신) 맵시를 받았다고 한다. (스포츠서울 DB)

◇김유동 만루홈런 가을 클래식 역사의 문 활짝(1982년)

1982년 10월 12일 동대문운동장 야구장. 시리즈전적 3승2패로 OB가 앞선 가운데 6차전이 시작됐다. 박철순과 이선희가 선발로 등판해 역투하는 가운데 3-3 동점에서 9회초를 맞이했다. 힘이 빠진 이선희를 상대로 OB 김경문(국가대표팀 감독)이 3루수 기습번트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유지훤이 희생번트 실패로 물러났지만 윤동균(전 OB 감독, 현 일구회 회장)의 중전안타, 김광수의 몸에 맞는 공으로 1사 만루를 만들었다. 김우열이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나 기회가 무산되는가 싶었지만 4번타자 신경식이 밀어내기 4구를 골라내 4-3으로 한 점을 앞섰다. 하지만 박철순 역시 지친 상태라 한 점은 불안했다. 다음타자는 2회 솔로홈런을 터뜨러니 김유동. 김유동은 기다렸다는 이선희의 초구 한복판 실투에 방망이를 돌려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동대문 야구장이 들썩였고, OB를 한국시리즈 초대 우승팀으로 만드는 홈런이었다. 그 홈런의 인상이 얼마나 강했던지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끝내기 만루홈런으로 착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신경식의 밀어내기 볼넷이 결승타점이었고, 9회말 박철순이 마운드에 올라 마지막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8-3으로 승리했다.

마해영
마해영의 이런 표정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볼 수 없었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린 뒤 환호하고 있는 마해영.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이승엽-마해영 백투백 홈런 삼성에 KS 첫 우승 선사(2002년)

2002년 11월 10일 대구 시민구장. 정규시즌 1위로 KS에 직행한 삼성은 준PO와 PO에서 현대 KIA를 꺾고 올라온 LG와 맞붙었다. 김응룡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LG에 시리즈전적 3승2패로 앞선 가운데 대구시민구장에서 6차전에 돌입했다.

승부는 중반까지 오락가락했다. 삼성은 5-4로 앞서다 6회초 3점을 내주며 5-7로 역전을 당했다. 8회엔 2점을 더 내주며 5-9로 점수차가 더 벌어졌다. 8회말 1점을 더 추격하긴 했지만 1이닝을 남겨놓고 3점의 점수차는 너무 커 보였다. 늘 뒷심 부족으로 KS 패권을 내주던 아팠던 기억이 스물스물 떠오르며 7차전을 준비해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삼성엔 거포 이승엽과 마해영이 있었다.

프로야구 2002 한국시리즈 LG-삼성
삼성 이승엽(왼쪽이 동점 3점 홈런을 날린 뒤 덕아웃에서 마해영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이 때 이승엽은 “형 끝내버려”라고 말했다고 한다. (스포츠서울DB)

9회말 삼성은 선두타자 김재걸이 중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강동우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틸슨 브리또가 볼넷을 골라내 1사 1,2루의 찬스를 이어갔다. 여기서 전타석까지 무안타에 그쳤던 3번타자 이승엽이 LG 마무리투수 이상훈을 상대로 볼카운트 원스트라이크에서 2구째 낮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담장을 넘겨버렸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9-9 동점이 됐다. LG는 힘이 빠진 이상훈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최원호를 구원 등판시켜 삼성 4번타자 마해영을 상대하게 했다. 시리즈 내내 불꽃 타격감을 과시하던 마해영은 3구째 바깥쪽 직구를 노려쳐 우월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 축포였다. 그 순간 삼성 선수들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승리를 자축했고, 20년간 KS 우승에 목말랐던 삼성팬들도 목놓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프로야구 2009 한국시리즈 기아-SK
KIA 나지완(가운데)이 3루를 찍고 홈으로 향하고 있다. 옆으로 홈런을 허용한 SK 채병용이 교차한다. (스포츠서울DB)

◇KIA 나지완 끝내기 홈런 잠실벌 들썩(2009년)

2009년 10월 24일 잠실구장. 역대 최다 우승팀 KIA(해태 포함)와 직전 2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신흥 강호 SK가 만났다. KIA가 먼저 2승을 거두자 SK가 2연승으로 반격했고, 5~6차전에서 승리를 나눠가지며 3승3패로 팽팽한 기싸움이 진행되는 가운데 마지막 7차전에 돌입했다.

4회 박정권의 투런홈런으로 2점을 먼저 뽑은 SK가 5회 1점, 6회 2점을 추가하며 5-1로 앞서나갔다. 3년 연속 KS 진출에 2번의 우승을 차지한 SK의 저력이 그대로 발휘되는듯했다. 하지만 KIA 선수들의 핏속엔 큰 경기에 강한 승부사 DNA가 흐르고 있었다. 6회말 나지완이 중월투런홈런을 쳐 3-5로 점수차를 좁혔다. 추격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7회말 공격에서 신인 안치홍이 솔로홈런을 터뜨렸고 김원섭의 적시타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프로야구 2009 한국시리즈 기아-SK
타구가 펜스를 넘어가는 것을 확인한 박기남 등 동료들이 1루 베이스로 향하는 KIA 나지완(왼쪽)에게 물세례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박기남은 이 때 ‘포카리 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스포츠서울 DB)

운명의 9회말 SK는 8번째 투수로 채병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1사후 타석에 6회 추격홈런의 주인공 나지완이 다시 등장했다. 나지완은 볼카운트 2-2에서 채병용이 던진 시속 143㎞ 약간 높은 직구에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다. ‘딱’하는 파공음과 함게 타구는 좌측 하늘로 높이 솟았다. KIA의 통산 10번째 우승을 알리는 끝내기 결승홈런이었다. 당시 잠실구장은 1루는 물론이고 외야와 3루쪽 일부까지 KIA팬들로 가득찼는데 끝내기 홈런이 터지자 모두 일어나 잠실벌이 떠나갈 정도로 함성을 내질렀다.

이환범기자 whit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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