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강남점 (2)
롯데백화점 강남점. 제공 | 롯데쇼핑

[스포츠서울 김윤경 기자] 최근 대기업들이 자사 토지와 건물을 팔아 현금화하는 분위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CJ, 롯데, 신세계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한 투자 자금 확보 차원에서 땅과 빌딩을 매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준공 20년 된 부산시 사하구 하단오거리에 위치한 사옥을 부산지역 모 중견기업에 300억원에 넘기기로 지난 15일 계약했다. 사옥은 지하 5층 지상 12층, 1만8361㎡(약 5554평)의 상업용 빌딩으로 현재는 삼성전자판매·삼성화재·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를 비롯해 국민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고용노동부·미래에셋대우 등이 입주해있다.

삼성그룹은 2016년부터 차례로 사옥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삼성생명 태평로 본관은 약 5700억원에,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은 4400억원에 매각했으며 지난해 삼성물산 서초사옥을 7500억원에 팔았다. 올해는 삼성생명 소유의 여의도 빌딩을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CJ제일제당은 마곡지구와 인접한 강서구 가양동에 10만5762㎡ 규모의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도시개발 개정안 부결로 사실상 계획대로 개발이 무산된 데다 연이은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차입금 규모가 11조원을 넘어서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월 미국 냉동식품 가공업체 쉬완스컴퍼니 지분 70%를 1조9000억원에 인수했으며, 네덜란드 사료업체 뉴트레코에 사료사업부를 매각하려던 계획이 무산되면서 자금유동성이 악화됐다. 부지의 장부가액은 6000억원이지만 시장가액은 1조원 이상으로 예측된다.

롯데그룹 역시 자금 사정에 비상이 걸려 백화점과 마트 등 보유 부동산을 매물로 내놨다. 롯데는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을 금지하는 바람에 롯데면세점 5000억원 이상 손실을 입었고, 한·일 외교 관계가 악화되며 주요 계열사들이 총 1조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부동산 위탁회사인 롯데리츠를 신설하고 롯데쇼핑의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비롯해 백화점·마트·아울렛 10개 점포를 롯데리츠로 넘기며 지분 50%와 현금 1조629억원을 확보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온라인몰이 부진한 상황에서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향후 롯데호텔도 유동화 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그룹의 핵심 계열사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적자를 기록하고 3분기 역시 작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실적을 전망하는 가운데 13개 점포의 토지 및 건물을 9524억8000만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처분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의 5% 정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삐에로쇼핑과 노브랜드, 부츠 등 전문점의 적자 폭이 확대됐고 온라인 시장이 커지며 오프라인 매장의 부진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역사적으로 대기업들은 부동산 등 땅과 건물을 사들이면서 자산을 불려왔다”며 “최근 기업들의 빌딩 및 토지 매각은 자산유동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최근 불거진 ‘재벌 부동산 공시제도 도입’과 ‘보유세 인상’ 등 카드를 피해가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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